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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김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024. 1. 20.
겨울길을 간다 겨울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2024. 1. 20.
책 읽어주는 남자 (웃어요) “가장 어두울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말이 있잖아. 지금 어둡고 힘들다면 삶의 축제를 준비 중일 수도 있으니 현재를 즐기라고 했어. 어제를 살지도 내일을 살지도 말고 오늘만 살자고 생각하니까 그 뒤로 정말 자주 웃게 됐어. 웃기지 않은 일도 웃고 나니까 글쎄 재미있어지는 거 있지? 자주 웃으니까 삶이 축제 같더라.”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중에서 2024. 1. 20.
책 읽어주는 남자 (사진을 찍는 이유는) 사진은 거짓말에 약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척 웃음 지어도 가짜 웃음은 티가 나고, 억지로 웃지 않으려 해도 진짜 웃음 역시 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희망의 빛, 그걸 보게 하려고 사진을 찍는 걸까.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중에서 2024.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