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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이야기2643

책 읽어주는 남자 (사람다운 사람이 좋다) 존중과 배려가 기저에 깔린,사람다운 사람이 좋다. 매사에 말을 예쁘게 다듬어서 입 밖으로 낼 줄 아는 사람이. 뱉은 말의 수려함 만큼, 그에 따르는 태도 또한 기분에 따라 오르내리지 않고 정갈히 놓인 사람이. 불필요한 고집의 적당한 경계를 알고, 의견 차이가 있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꺼리지 않는 사람이. 흐리터분한 내 삶이라도 범상치 않다는 듯 유심히 들여다봐 주는 사람이.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데에 일체 머뭇거림이 없는 사람이. 사랑이며 슬픔이며 하는 귀한 마음을 애태우는 일 없이 잘도 꺼내놓는 사람이. 타인을 대하는 말과 행동에 섣부른 악의를 섞지 않는 사람이.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나의 장점을 들뜬 음성으로 내 앞에 나열해 보이는 사람이. 함께하는 순간이 꼭 어떤 무릎 베고 편.. 2025. 7. 23.
책 읽어주는 남자 (따스한 숲속에서 충분히 행복하고 싶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이제 만나고 싶지 않다. 예전에는 무조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주변을 울창한 숲처럼 빽빽하게 채워 넣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관계의 숲이 지나치게 울창해진 탓에 나는 그 속에서 자주 길을 잃곤 했다. 그래서 이제 더는 무리하면서까지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무가 울창하지 않은 자그마한 숲에도 필히 선명한 장점이 있을 테니까. 넓게 탁 트인 경관에 생각지 못한 여유를 얻을 수도 있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줄어들어 곁에 남아있는 몇몇 나무들에게 보다 많은 애정을 쏟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러니 이제는 정말 편하고 소중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나만의 소소한 숲’을 가꾸고 싶다. 서로를.. 2025. 7. 23.
책 읽어주는 남자 (사랑은) 사랑은 들어주고 알아주고 잡아주는 것이다. 그 사람이 너무 세찬 물살 못 이겨 속절없이 떠내려갈 때, 절실히 붙잡고 버틸 모든 것이 되어주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가장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게 하는 순간이 온다. 기를 쓰고 그 사람을 지게 만드는 순간이. 하지만 사랑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이길 때도 질 때도 마냥 옆에 있어 주는 일이다. 무언가 대단히 있어 줄 필요도 없이 그저 ‘너를 사랑하는 나’로 기꺼이 존재해 주면 된다. 고장 난 하나와 하나가 마음 다해 끌어안아 가득 찬 하나가 되는 것. 어딘지 조금 이상하고 귀여운 하나. 삶에 짓눌려 낑낑대는 신음과 은연중에 흘리는 속내를 들어주고, 미처 말하지 못한 힘듦과 나를 향한 애정을 제때 알아주고, 외롭고.. 2025. 7. 18.
책 읽어주는 남자 (엄마) 엄마, 나는 그게 다 사랑인 줄 몰랐네. 그 계절에만 나는 나물 잊지 않고 무쳐서 식탁에 올려주던 거. 때 되면 제철 과일 사다가 방문 열어 꼬박꼬박 챙겨주던 거. 소풍날이면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김밥이며 유부초밥이며 도시락통 가득 채워주던 거. 제일 크고 맛있는 김밥 꽁지는 친구들 주지 말고 너만 먹어 하던 거. 나는 바보같이 그거 전부 사랑인 줄 몰랐네. 그 계절과 시절에만 나는 것들로 나를 넘치게 채워주는 거, 보통의 사랑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는 걸 하필 나만 몰랐네. 결혼해 집을 나와보니 비로소 알 것 같은 사랑. 엄마의 사랑은 몸이 멀어진 자식에게도 멈추는 법이 없다. 수시로 보내는 찌개와 반찬. 여전히 때를 잊지 않는 제철 과일들. 그마저도 나는 제때 챙겨 먹지 못해.. 2025.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