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1810 키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이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 시인 유안진 ] 2022. 8. 19. 그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수년 동안 비싼 값을 치르면서 나는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높은 산과 대안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보지 못한 것은 내 집 문 앞 잔디에 맺혀 있는 반짝이는 이슬방울이었다 2022. 8. 17. 비 가는 소리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 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 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죄다. 『다보탑을 줍다』(창비, 2004) 2022. 8. 16. 강아지풀 여린 줄기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강아지 풀들이 지천에서 반긴다 깊은 주름 잡힌 듯 솜털 부스스 내밀며 이야기를 걸어오듯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가는 잎새가 강해 보인다 나도 그 속에서 여린 만큼 강하다 2022. 8. 14. 이전 1 ··· 66 67 68 69 70 71 72 ··· 4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