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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1810

11월의 여울 절로 익는 게 아니다 절로 깨치는 게 아니다 서리를 담보한 바람에 선선히 숙어 드는 것이다 여태껏 해갈하지 못한 청춘의 하소연을 헤아리며 변방의 자투리에 박혀 시나브로 요원해지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또 한 번의 편도 이 11월 2022. 11. 4.
시월의 마지막 날 간다고 울지 말자 하늘빛이 너무 곱다고 서러워도 말자 한 잎 남은 벽오동 나뭇잎 떠나보내는 슬픔쯤 세련된 눈웃음으로 보내주자 썰컹거리는 허기진 마음도 그리워 말고 지켜만 보자 투명한 유리창에 걸려진 시월도 이제 울상 짓지 말고 놓아주자 물들지 못하는 은행잎 철없다 욕하지 말자 시간을 정해 놓고 울어대는 뻐꾸기시계 마냥 시월은 달력에만 있는 것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것 돌아보지 말고, 쓸쓸해 말고 아주 태연히 보내 주자 그러자! 그러자! 2022. 10. 31.
시월에는 시월에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우체부가 지나가고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는 들녘에 사랑은 때로는 침묵하는 거라고 침묵하는 게 사랑이라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랑 앞에서 그래도 침묵하며 기다리는, 시월에는 침묵하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은 누군가의 편지가 되는 시월, 하늘은 이제 기러기의 길이 되고 나그네는 나그네의 길을 가는 아! 시월의 들녘에서 나는, 나의 이름을 봉인하고 싶다. 하얗게 소금꽃으로 피어나는 너의 맑은 이별이고 싶다. 2022. 10. 31.
산책은 행동 겨울 나무를 사랑한다면 봄은 기적 같으리 고독한 사람이 물 밑을 보리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랑잎에 훨훨훨 노을 불이 붙는다 산책은 행동. 2022.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