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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1810

단풍잎 쪽지 이 바람에는 바람이 그대보다 먼저 잠들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밝은 별들만 그대 창가로 오종종히 모여들면 좋겠어요 차마 부치지 못했던 내 마음 한 잎 창틀에 쪽지처럼 꽂혀 있으니까요 2022. 10. 24.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시월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한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삶을 불태우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이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때까지 다만 그것들을 얼마나 빨리 내게서 멀어졌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여기, 거기, 그리고 모든 곳에 멀리, 언제나 더 멀리에 말해 봐 이 모든 것들 위로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2022. 10. 23.
가위질 예쁜 색지(色紙)도 무늬 고운 헝겊도 쏙닥쏙닥 오리길 좋아했었네 기인 머리채도 결 고운 비단도 나를 자르듯 잘라낼 수 있었지만 칼끝 같은 가위로도 도려낼 수 없는 아득하고 아득한 너를 향해 펼쳐진 마음 2022. 10. 10.
시월의 편지 문득 잊혔던 사랑이 아련히 떠오르고 장엄으로 타오르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생의 덧없음과 고독에 겨워 술잔을 기울일 그대를 생각합니다 오롯한 침묵 속에서 저 분분히 저무는 가을꽃과 단풍처럼 그대 또한 깊어지는 중이신가요? 까닭 모르는 외로움을 타고 있을 그대에게 이렇게 안부를 전하는 것은 가뭇없이 먼 길 떠나는 철새들처럼 서로의 안부가 끊기는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시간, 가을 우수에 흠뻑 젖어 계신다면 그대 안에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면 벽난로에 불을 지펴 따스한 찻물을 끓여놓고 온종일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지금 그대가 꿈꾸는 사랑과 희망, 성공과 행복이 저 단풍처럼 형형색색으로 물들어서 남은 생을 밀고 가는 찬란한 힘이 되길 바라며 부디 눈물겹게 아름다운 시월이길 기도합니다.. 2022.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