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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1810

건널목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배운 대로 살지 못했다. 늦어도 한참 늦지만, 지내놓고 나서야 그것은 이랬어야 했음을 알았다.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다음 발길이 닿을 그곳을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걸음 딛고 한걸음 나아가 낯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며 이렇게 건널목에 서 있다. 2022. 10. 29.
내일 부르지 않아도 이미 와 있는 너 이승의 어느 길엘 가면 네 모습이 안 보일까 불같은 그리움을 아직은 우리 아껴써야 하리 내가 바람이면 끝도 없는 파도로 밀리는 너 2022. 10. 27.
시월의 노래 갈빛으로 물들어가는 뜨락에 잎들은 초로에 젖은 채 익어가고 삶에 여정은 시간을 초월해가며 잠시 공허한마음 기척 멈춰본다 고운 숨결 호흡하는 바람의 언어들 사랑하라 사랑하라 생에 집착보단 시간에 순응하라며 숲을 스친다 청아한 하늘 하얀 마음 사부작 익어간다 시월 주름 없는 세월에~ 얻을 것이다. 2022. 10. 27.
가을에 밤(栗)을 받고 '내년 가을이 제게 다시 올지 몰라 가을이 들어 있는 작은 열매 밤 한 상자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암으로 투병 중인 그대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아픕니다 밤을 깎으며 하얗게 드러나는 가을의 속살 얼마나 더 깎아야 고통은 마침내 기도가 되는 걸까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겸손을 모든 사람을 마지막인 듯 정성껏 만나는 그 간절한 사랑을 눈물겨워하며 밤 한 톨 깎아 가을을 먹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그 웃음 아끼지 마시고 이 가을 언덕에 하얀 들국화로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십시오 2022.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