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1808 11월의 다짐 느지막이 그대의 이름 불러보고 싶은 건 네 사랑의 단단함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대 안녕한가' 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비록 시절은 다 가서 거리에 단풍잎 지고 나무는 바람에도 침묵하지만 오늘도 그 옛적에 당신의 우아한 발자취를 따라 걷고자 하였습니다. 이 길 전부 공허하지만 먼 사랑의 시절에도 아리운 슬픔의 눈물은 스미어 꽃잎은 피었나니 그 어떤 미련도 후회도 없이 겨울에 있겠습니다 2023. 11. 16. 함께 창가의 화분 두 개와 일 년을 보냈다. 백 번쯤 손길이 갔을 것이다. 그동안 화분들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먹고 놀고 자라기만 했다. 한 해가 끝나는 지금, 화분으로부터 '고맙다'는 한마디 듣고 싶어서 자주 눈길을 보냈다. 드디어 오늘 아침, 둘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가까이 함께 있음이 가장 큰 기쁨임을 모르나 봐!" 2023. 11. 15. 늦가을 호수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 다한 말 못 다한 노래 까만 씨앗으로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 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2023. 11. 7. 도망 그리운 눈빛으로 돌아보세요, 내가 뒤에 있잖아요. 미풍이 제비를 날게 하듯이 당신의 사랑으로 나를 일으켜 햇살이 내리쬐든 비바람이 불든 우리 멀리 도망가요. '하지만 내 첫 사랑이 날 다시 부르면 어떡하지요?' 용감한 바다가 흰 파도를 떠받치듯 날 꼭 껴안고 산 속에 숨은 당신의 집까지 멀리 데려가세요. 평화로 지붕을 얹고 사랑으로 문에 빗장을 걸어요. 하지만 내 첫 사랑이 날 또다시 부르면 어떡하지요?' 2023. 11. 6.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4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