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0984 가을 한 잔 주세요 가을 한 잔 주세요.진하게 탄 가을 한 잔이요. 슬픔하고 눈물은 빼고요.진짜 가을 맛을 느껴야 하거든요. " 예 알겠습니다." 저희 카페에는아지랑이 피는 길가에 핀들꽃향의 봄 허브가 있는데몸을 포근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죠겨울에 한 번 더 드시러 오세요. 참! 가을은 어떤 향으로 드릴까요?조금 이르게 떨어진쓸쓸한 낙엽향으로 드릴까요? 아니면...텅빈 파란 하늘에 부는바람 향으로 드릴까요?그 외에 우수에 젖은 사람들의 어깨를드리운 노을향도 있지요. "모든 맛을 다 섞으면 어떤 맛이 되나요?"갑자기 궁금해져서요. 섞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깊은 가을 향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텅 빈 하늘에 부는 바람 향으로 주세요"주문하신 "가을차" 준비하겠습니다. - 좋은글 中에서 - 2024. 10. 1. 가을이 왔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왼쪽 귀 사이로 왔다창 앞까지 왔다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돌과 돌 사이로 왔다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2024. 9. 30. 책 읽어주는 남자 (부치지 못한 편지) 우리집 김치냉장고에는 아직도엄마의 마늘장아찌가 있어.도톰한 삼겹살이나 바짝 구운 소불고기를 먹을 때면항상 엄마가 내오던 그 마늘장아찌.엄마가 떠난 뒤 엄마가 담가둔 마늘장아찌를몽땅 가져왔었어. 꽤 양이 많았지.아껴 먹으면서 오래오래 보관하려고김치냉장고에 넣어놨거든.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벌써 8년이 되었네.자꾸 꺼내 먹다가 다 없어지면 어쩌지, 하는걱정 때문이었을까.언제부턴가 마늘장아찌를 찾지 않았어. 그러다 이제는 너무 시큼해져서꺼내 먹기도 어렵게 되어버렸지.그래도 버리지는 못하겠어. 엄마,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더라.어떤 딸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준 무생채를냉장고에 12년 동안 넣어놓고 있대.이사할 때도 빼놓지 않고 가져갔대.엄마의 김장김치를 냉동실에 꽁꽁 얼린 남자의 얘기도,엄마의 스.. 2024. 9. 28. 책 읽어주는 남자 (그때 난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엄마가 된 지금에야 헤아린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서럽게 우는 아이를어린이집에 밀어 넣으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한시도 아들에게서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느끼면서, 혼나서 펑펑 울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내 품을 파고들어 안기는 아이를 안으면서깨닫는 것이다. 항상 함께하며 품어주고 싶었지만그럴 수 없던 엄마의 마음을……. 뒷북치는 게 특기인 딸은오늘도 엄마 사진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 그때 난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 중에서 2024. 9. 28.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27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