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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1810

9월의 기도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를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한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옵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에 머문 인생을 묶어 당신의 말씀 위에 띄우고 넘치는 기쁨으로 비상하는 새 천상을 나는 날개이게 하소서 나의 믿음이 가슴에 어리는 강물이 되어 수줍게 흐르는 생명이게 하소서 가슴속에 흐르는 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로 마른 뿌리를 적시게 하시고 당신의 그늘 아래 숨 쉬게 하옵소서 나의 일생이 당신의 손끝으로 집으시는 맥박으로 뛰게 하소서 나는 당신이 택한 그릇 복음의 사슬로 묶어 엘리야의 산 위에 겸손으로 오르게 하옵소서 2022. 9. 18.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무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향기에 실려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 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2022. 9. 16.
사랑하면 할 수 있는 일 사랑이 원하면 할 수 있는 일 한 그루 나무에 얼마나 많은 꽃잎들 달렸는지 얼마나 많은 초록잎이나 은행잎이나 단풍잎이 달렸는지 세는 일 평생 가장 할 만한 일인 듯이 평생 이만한 행복 없을 듯 세어보는 일 김경미, '카프카식 이별' 문학관 2022. 9. 14.
강아지풀 길섶 어디에나 지천으로 자라 눈길 받지 못한 평범한 초록 꽃 땅에 닿을 듯한 허리 굽힘 부는 대로 순응하며 꺾이지 않는 속내 가슴에 담은 소중한 사랑으로 흔들림으로 위장한 눈물겨운 춤사위 속으로 푸른 독기 머금고 겉으로 하안 미소 짓는 강아지 풀 살랑 바람 밀려온 순간 말라버린 하얀꽃대공 수백 마리 강아지 떼 되어 콩콩 짖어 꼬리 흔들며 깨알 같은 까만 진실 토하고 있다 2022.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