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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1810

편지 쓰기 네가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가 발견하고 사랑하며 편지를 쓰는 일은 목숨의 한 조각을 떼어 주는 행위 글씨마다 혼을 담아 멀리 띄워 보내면 받는 이의 웃음소리 가까이 들려오네 바쁜 세상에 숨차게 쫓겨 살며 무관심의 벽으로 얼굴을 가리지 말고 때로는 조용히 편지를 써야 하리 미루고 미루다 나도 어느 날은 모르고 죽은 이에게 편지를 썼네 끝내 오지 않을 그의 답을 꿈에서도 받고 싶었지만 내 편지 기다리던 그는 이 세상에 없어 커다란 뉘우침의 흰 꽃만 그의 영전에 바쳤네 편지를 쓰는 일은 쪼개진 심장을 드러내 놓고 부르는 노래 우리가 아직 살아 있음을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기 위하여 때로는 편지를 써야 하리 사계(四季)의 바람과 햇빛을 가득히 담아 마음에 개켜 둔 이야기 꺼내 아주 짧게라도 편지를 써야 하리 살아 .. 2022. 12. 15.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 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 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 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 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 그 늙은 슬픔 위에 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눈은 내려라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2022. 12. 14.
끝자락에 서서 비는 내려 물바다를 만들지만 눈이 값없이 내리면 흰색의 순결한 눈 세상을 꾸며줘 눈 위에 뒹굴고 싶어지고 마음이 포근해 지면서 절망에서 생명의 약동으로 희망의 삶을 주는 고마운 눈 올해도 감회가 깊게 끝자락에 섰다 이 찌든 세상 고마움과 순결함으로 살았을까 새해엔 꼭 순백한 눈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2022. 12. 14.
커피향 같은 사랑 습관처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는 커피처럼 그렇게 그대를 그리워하렵니다. 커피향처럼 은은한 그대 그리움을 음미하면서 그렇게 커피를 마시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마셔 버린 쓸쓸함이 그리움처럼 뒤에 남지만 늘 새롭게 마실 커피를 위해 빈 잔을 깨끗이 닦아 놓지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그대가 내 마음속에 빈 잔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길 마냥 기다리렵니다. 그대 그리움이 목마름같은 갈증으로 남아 한밤중에도 일어나 다시 커피를 마십니다.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커피향을 마시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우리 사랑이 진한 커피향처럼 뜨겁게 지펴지길 기대합니다. 2022.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