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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1810

들꽃 들에 피었다고 들꽃이라 부른다고요? 그러면 가슴에 피면 가슴 꽃이 되겠네요? 그래서 혹시 꽃을 보면 기분이 들뜬다고 들꽃이라고 했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내 가슴에 꽃으로 피어 날 기분 들뜨게 하는 그대도 들꽃이라 부를 수 있잖아요. 2023. 1. 8.
1월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2023. 1. 8.
사과나무는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한겨울 벌판에 서서, 실한 열매 달아달라고 기도하는 사과나무는 자나깨나 자식 걱정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꽃이 많이 피어야 할 텐데’ 한 송이라도 더 피우기 위해 생가지 잘라내는 사과나무는 다친 손을 매주며 더 아파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꽃을 피우고 더 많은 열매로 맺힐 수 있도록 나비, 벌, 바람까지 불러오는 사과나무는 자식들 모두 다복해지길 바라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튼튼한 사과 하나 남긴 채 가지 가득 모여 달린 사과들을 스스로 솎아 내는 사과나무는 안쓰러움을 참고 나를 객지로 보내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약 속에 살아도 굵게 익힐 열매를 생각하며 웃어 보이는 사과나무는 늘어나는 허전함에 웃음을 채우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허리가 무겁도록 사과를 달고도 늘 그랬던.. 2023. 1. 7.
따듯한 풀빵 같은 하늘의 바람을 불게 하는 자는 누구인가 누군가 운명을 주고 누군가 운명을 건네받는다 이 운명은 누가 주는 것인가 따듯한 풀빵 같은 그러나 끝내 먹지는 않고 손에 쥐고 있을 따듯한 풀빵 같은 이 운명은 누가 내게 주는 것일까 2023.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