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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1810

장마 내리는 저 비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고통 없이는 당신을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압니다 버틸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가슴에 궂은비 내리는 날은 함께 그 궂은 비에 젖어주는 일, 내 마음에 흐르는 냇물 하나 두었더니 궂은비 그리로 흘러 바다로 갑니다 2023. 5. 30.
소통 내 앞에 놓인 벽을 뚫고 저쪽에 가 있는 나를 상상한다. 나는 오늘도 벽을 밀지만 벽은 그대로 높고 강하다. 가장 깊고 큰 말은 하지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벽은 우리가 하지 못한 말이 아닐까. 꺼내지 못한 말들이 쌓여 우리를 갈라놓은 건 아닐까. 깊이 숨은 몇 마디 말을 꺼내 입술에 담고 오늘도 그대에게 갔다. 말들은 또 주저앉고 벽은 그대로이다. 당신은 저쪽에 나는 이쪽에 있다. 2023. 5. 30.
5월 시들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장미는 피지 않았을 거예요 질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나무는 초록을 달지 않았을 거구요 이별을 미리 슬퍼했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았겠지요 사랑이란 이렇게,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 5월의 장미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5월의 신록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당신을 향해 다시 피어나겠어요 당신을 향해 다시 시작하겠어요 2023. 5. 29.
오월 지금부터는 심장만 살게 하자 입은 침묵하고 귀는 씻어두고 눈은 그윽만 하자 청춘일 땐 푸릇한 줄 모르고 푸석한 고뇌에 잠겨 이 계절을 놓쳤지만 다시 돌아보며 만나는 지금 이 오월의 심장은 벅찬 신록의 시간 푸른 물빛의 시간 은근 뭉근 말랑해지는 시간이게 하자 지금부터는 심장만 살게 하자 심장 속 쌓아둔 미움, 원망에는 초록 지우개 심장 속 채워지는 사랑, 행복에는 초록빛 연필 심장 속 이루지 못했던 꿈자리에는 모락모락 피워내는 초록 땀 열정 다시 오월 지금부터는 장미의 향기 하늘이 담아서 붉은 노을과 함께 춤출 때 충만을 노래하는 심장만 그 심장만 살게 하자 2023.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