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1810 바다 화가 갯지렁이는 언제 개펄을 색칠하려고 삐뚤빼뚤 선 그리기만 할까? 달랑게는 얼마큼 그릇을 빚으려고 동글동글 모래만 뭉칠까? 지는 해는 얼마나 큰 꽃을 그리려고 온 바다에 물감만 풀까? 2023. 7. 9. 아는 사람 내 고향 남해 길, 여섯 시간 반을 같이 가는 사람. 여섯 시간 반을 같이 오는 사람. 식사 후 졸릴까 몇 마디 하지만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곧 입을 닫는다. 이제 그가 누군지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 물처럼 같이 흐르고 바람처럼 같이 다니다 안개처럼 같이 사라질 우리. 좁은 차 안에 앉아 천 리 길 가고 오지만 가장 잘 아는 한 사람 내 옆에 있으면 언제나 충분하다. 2023. 7. 9. 유월 숲에는 초록의 희망을 이고숲으로 들어가면뻐꾹새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노래 먼저 들려오네아카시아꽃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향기 먼저 날아오네나의 사랑도 그렇게모습은 아니 보이고늘먼저 와서나를 기다리네눈부신 초록의노래처럼향기처럼나도새로이 태어나네유월의 숲에 서면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2023. 6. 24. 6월에 쓰는 편지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2023. 6. 15.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4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