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대궁에 몰래 심던
연녹색 사랑도 떠나가고
지금은 돌아와 내 앞에 선
황혼의 나루터
이별은 들숨으로 와
내 속 사람에
까무러치는 울혈로 부각되었다
황혼도 아름다운 해거름
고백하는 정적은 침묵으로 눈감고
자연은 사무친 눈 속에 날 오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가난해야 하리니
철저하게 낮아져야 하리니
일제히 함성하는 저
동짓달 긴 밤이 뱉는 절망 위에
꽁꽁 언 채 미끄러지는 의식 밑바닥
살아야 하는 절망을
나는 오히려 희망이라 말하리
툭툭,
노송에 앉은 눈 떨어지는 소리
영혼 갈피 갈피에
12월이 쌓이기 시작했다
< 내 영혼에 쌓이는 12월 / 고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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