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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 stories

순서대로...

by IMmiji 2014. 1. 3.

 

 

 

 

일기를 쓰듯이,

오늘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적어보자면,

언제나처럼, 반 시간 일찍 Y~에 도착해서,

싸늘한 수강실에 히터부터 켜고,

커피물을 끓인 다음에,

인증<?>샷을 찍어서 보내고,

테이블 위를 깨끗이 닦은 뒤에,

폰에 저장한 음악을 켜고 앉아서,

짧게 기도를 하고,

오늘 공부할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폈다는~~

 

이러저러한 사정들로 다들 불참하고,

종강 없이 계속 공부하기를 주장했던 언니만 왔다.

간단하게, The Prayer 를 프린트해 온 것으로,

둘이서...라기 보다는 언니의 독해 점검을 해주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수다를 열심히 떨었다.

나보다 더 원칙주의자인 언니는,

오로지 영어로만 대화를 나누고 싶어해서,

흔쾌히 그러자고 응해 주었다.

 

대화의 막힘은 거의 없었다.

둘 다 아주 아주 쉽고 간단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을 나누었으니까. ㅎㅎ

그럼에도 언니는 무척이나 즐거워했고 만족해했다.

언니의 그런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행복했다.

 

두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에 놀라워했다.

표현이야 '수다'라고 했지만,

오늘 언니와의 대화는 사뭇 진지한 것이었고,

나름 속깊은 얘기들을 나누었기에 나 또한 좋았었다.

내가 언니처럼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할 수만 있었다면,

중국어로 더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만 서툴러도 별로 막힘없는 영어 대화도 좋았다.

그것이 어떤 언어이든,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말로 표현해 본다는 건

재미있고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언니는 내일 모레까지 휴가인데,

늘 일과 여러가지 취미 활동으로 바쁘던 사람이,

주어진 닷새 동안의 휴가를 보내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하루 이틀은 오로지 쉼을 위해 시간을 보내느라 좋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내야 할지 몰라

고민이 되고 힘이 들다 못해 '지루해지기' 시작한 터였다.

 

 한 번도 삶을 지루해 본 적이 없다는 내 말에 

언닌 무척 놀라워했다.

늘 뭔가 할 일을 스스로 만들었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으면 느꼈지,

지루하다거나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일에 쫓기던 사람들이 막상 주어진 자유 시간에

무얼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해서 언니의 그 지루한 휴가를 나름 이해할 수 있었다. ^^

 

 

 

 

언니는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친구와의 점심 약속이 있다고 갔고,

나역시도 우연의 일치처럼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친구가

같이 점심을 먹지 않겠냐고 카톡을 보내온 참이라,

Y~ 가까운 곳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방학이라 친구 아이들도 함께... ㅎㅎ

 

Y~ 에서 5분 남짓 거리에 사는 친구가 아이들을 먼저 보냈다.

해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딸아이가 내 모습을 찍었다.

친구는 내가 블로그에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 모습을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혼자 밥 먹으러 온 고독녀처럼,

나만 찍은 사진을 올리게 되었다...ㅜㅜ

 

 

 

 

 

 

식사를 마친 후에 아이들을 먼저 집으로 보내고,

역시 Y~에서 제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커피 가게에 가서,

자릴 잡고 카푸치노 한 잔씩 주문해서 앉았다.

이 가게에 몇 번 왔었는데,

늘 입구 쪽에 가까운,

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창문 자리에 앉다가

오늘은 안쪽으로 들어가서 앉아 봤다.

왜냐하면, 늘 앉던 자리에 이미 남자 손님들이

자릴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이 가게 위로 죽 오르막인데,

양쪽 도로에 유명한 커피 가게들이 다 있다.

그치만 제일 가깝고, 웬지 정이 가는 이 가게가 좋았다.

앞쪽은 주로 나무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데,

오늘 우리가 앉은 안쪽에는 마치 브로커라고 불리던

벽돌에다 시멘트 처리를 한 듯한,

빈티지한 인테리어로 되어 있었다.

앞에 보이는 연둣빛 소파에 친구가 앉아 있었고,

난 그 반대편에서 폰을 들고 이리저리 모습들을 담았다.

친구가 열심히 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도 담았었는데,

의사를 존중하여 올리지 않는 것으로... 쩝.

 

 

 

 

 

 

 

 

 

바로 마주보이는 벽에 이런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귀여워서 폰에 담아봤다.

마음 같아서는,

커피 가게 여기저기 담아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설프고 쑥스러운터라

조용히 내가 앉은 자리에서만...^^

다른 손님들의 시선도 살짝... 아니 많이 신경 쓰이고...

 

이 커피 가게는 형제가 운영을 하는지,

가게 이름도 Brothers<이렇게 밝혀도 되나?> 이다.

인상이 무척 밝고 좋은 남자가 운영을 한다.

그리고 흔해빠진 프렌차이즈 가게가 아니어서,

가격도 적당하고, 직접 만든 것이라 커피맛도 좋다.

아, 그리고 치즈 케잌도 참 맛있다. ㅎㅎ

 

커피 가게에 가면, 나는 주로 두 가지만 주문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니면 카푸치노~~

따뜻한 게 마시고 싶어서 둘 다 카푸치노로 주문했는데,

이렇게 예쁘게 하트 장식까지 해서 주는 건 오랫만이었다.

특별한 대접을 받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여행을 다녀온 듯 다른 쪽 벽에 이런 엽서들이

가득 붙어 있어서 눈길이 갔다.

이런 엽서...들, 이십 년 가까이 정말 많이도 받았었는데...

웬지 눈에 익은 것들 같고 친숙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여튼, 내가 Y~에 다니는 동안에는,

이 밝고 아담한 커피집에 자주 갈 것 같다.

 

커피 가게를 나와서 나는 의료기 상사로,

친구는 정류장에서 나를 배웅해 주고 집으로~~

그렇게 볼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늦은 오후의 짧은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뭔가 소득이 되고, 큰 의미가 있고,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오늘 나는 많이 웃었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서,

속내를 드러내고 친구와 대화도 깊이 나눴었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일 없이 잘 다녔고,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다 구입해서 돌아왔다.

기분 상하는 일이 전혀 없었을 뿐아니라,

오히려 더없이 기분좋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일상적이고 지극히 평범하다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사실 살다보면 이런 평온한 날이 어디 그리 흔한가.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적어보면,

나자신의 적나라한 모습도 드러나고,

일목요연하게 하루가 정리됨을 느낀다.

흐트러지고, 어지럽고, 불투명한 것들을 싫어하는 내게는,

이런 식으로 일기 형식의 글 스타일이 딱 맞다.

 

그래서 사는 모습이 다소 건조한 것 같지만... 괜찮다.

예전엔 이런 내 모습, 내 스타일이 맘에 안들었지만,

이것이 제일 편하고 내게도 잘 맞는 듯해서,

이젠 굳이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을 상하게 하지 않는 한,

자기만의 빛깔, 자기만의 독특한 향을 가지는 게,

내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편하니까...

삶을 재미있고, 행복하고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려면,

있는 그대로의, 지금 그대로의 나로 살아야 될 것 같다.

사람도 관계도 인생도... 다양해야 즐거운 법이니까.

 

나는 나에게 정직한가.

정직하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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