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신기하게도,
생수 뜨러 이 정수장에 간 것이,
지난 4월 25일<스케줄표를 보니...>이었다.
꼭 8개월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계절은 봄에서 겨울로 변했고,
지난 8개월이란 시간 동안 내 삶도 많이 변했다.
아니, 변한 건 삶이 아니라 나자신이었다.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같은 장소, 비슷한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겨울이라는 계절은, 모든 것들을 참 진솔<?>하게 만든다.
너무 적나라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니까,
딱히 배경으로 찍을만한 것이 없었다. ^^
그냥 내 모습이나 한 번 담아보자 싶었다.
여덟 달 동안 얼마나 변했는지...라기 보다,
그새 또 얼마나 중력에 의해
땅에 가까워졌는지를 비교하는 차원에서~~?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처럼,
이제 내 나이는 하루가 다르게 시들고 있는 것 같다. ㅎㅎ
유치하게, 잘 하지도 않는 V 는 왜 그리고 있나 몰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절로 어색해진다.
여덟 달전에,
이 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모습을 담았었지...
그때만 해도 지금 내가 이리 다른 기분, 다른 마음으로
내 모습을 담게 될 줄 꿈도 꾸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라더니... 진리다.
크리스마스인데,
눈을 기대한 한 사람들은 참으로 무색하리만치,
구름 한 점 없는 포근한 겨울 날이었다.
이리 저리 사방을 다 둘러봐도 하늘은 마냥 파랗기만 했다.
그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 높은 곳에 까치집이 있었다.
모양 빠지게,
이 나무들 아래로 간이 천막들이 쳐져 있고,
시골 아낙들이 삼삼오오 나와서
이것저것 여러가지들을 팔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폰을 위로 들고,
마치 아래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찍었다.
이 모습도 나름 사실 그대로인데,
왠지 아래를 외면함으로 해서,
속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뭔지...
그렇다 하더라도,
포커스는 이웃이라곤 없는 나무 위의 까치집이었으니까...
늘 그렇듯이, 외로운, 그러나 그럴 듯하게 표현하자면,
홀가분하고 느긋한, 성탄절을 올해도 보냈다...
어제 아침 잠자리에서,
몇 안되는 지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고,
트리 사진과 함께 일일이 마음을 담아,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성탄을 위해 내가 한 일의 전부였다.
비록 문자이긴 했으나,
그래도 똑같은 글을 모두에게 다 보내는,
그런 무성의한 짓은 하지 않는다.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글을 써서 보내듯,
모두에게 다 다른 내용의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그렇게라도 해야 '살아있다' 는 표를 하는 것 같았으니까.
절 반쯤 답이 왔다.
반타작<^^>이라도 했으니 그게 어딘가 싶어 고마웠다.
성탄절을 보내고 있으니,
새삼 올 한 해가 가고 있고,
비로소 '보낸다'는 것이 실감나려고 한다.
보내면... 맞게 되고... 함께 하다 또 보내고...
그렇게 이어지는 게 인생이려니 하게 된다 이제는...
그러다 어느 날 그 이어짐이 갑자기 끊어지면,
그땐 내가 '보냄' 을 받은 게 되는 거라고나 할지...
누가 그랬었지.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만 하기엔,
그 기다림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차라리 그 폭풍우치는 빗속으로 들어가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이,
오히려 덜 괴로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말한 그 사람이야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닌 듯하지만...
적어도, 난, 이 한 해를 그런 심정으로 살았다.
그래서 2013년을 보내는 게 아쉽지 않다.
후회나 미련도 없다.
어쨌든,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된 것이지 뭘...
다른 건 다 버리고,
감사함만 오롯이 가지고 새로운 해를 맞고 싶다.
그리고 해피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았고, 좋지 못한 일도 없었고,
그런 소식을 들은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기가막힌 날씨를 마음껏 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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