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1809 길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I have lost it, Not knowing what or where I have lost it. With hands groping in my pockets, I continue on the path. Stone after stone, endlessly, T.. 2023. 7. 31. 판단 보류 불볕더위 속에도 어느 순간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 아, 시원하다!" 감탄하며 즐거워하지요 시원하게 비 내리는 날에도 습기가 가득하여 아, 답답하다!" 하며 부채를 찾는 적이 있지요 사람들도 그러해요 까다롭고 별나다고 소문난 사람에게도 의외로 너그러운 구석이 있는가 하면 착하다고만 소문난 사람에게서 뜻밖의 고집과 독선을 발견하고 놀랄 때도 있어요 사물에게도 사람에게도 판단은. 보류하고 입을 다무는 게 제일 좋은 삶의 지혜라고 세월이 일러줍니다 [출처] 무더위 관련 시(5) - ‘박수도 더위엔 수박이 된다 / 이영균’ 외|작성자 리오 2023. 7. 31. 칠월에 쓰는 편지 칠월에는 꼭 쓸 거라고 그리움에 편지를 아쉬움이 가득한 유월과 작별을 고하다 보면 파릇한 새싹들은 이미 넓어진 잎들이 지천에 새초롬하게 초록빛을 발하고 소맷귀도 하늘하늘하는데 우정과 사랑의 갈림길에서 흰 종이 위에 함초롬히 써 내려갈 즈음 늘 단미 닮았다 어여삐 하시던 임 생각에 팬만 굴려댄다 어느 때쯤이면 하얀 습자지에 마음 띄울지... 2023. 7. 30. 쉬어요 커튼을 활짝 열어 두어요 비가 그치면 서쪽에 노을을 밝힐 거예요 거칠던 구름은 지나갈 테니 마음 놓아요 틀림없는 시간에 나타날 거예요 오렌지와 분홍빛이 성큼 떠오르면 저녁으로 향긋한 버섯을 구워 낼게요 연어와 소라찜도 올려 볼까요 하루해가 진다는 건 말만이지 않아요 움츠렸던 어깨는 집 앞 마지막 발걸음에 두고 오세요 보송보송 솜털이 오른 커다란 수건을 준비할 테니 힘든 몸 씻고 나와 다 털어요 오늘은 그저 잘 쉬어요 그런 날이거든요 나는 길을 걷고, 사랑을 잃었다 / 꿈공장플러스 2023. 7. 30.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4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