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늦가을에서 초겨울 쌩하고 부는 바람에
코 끝이 빨갛고 시릴 때쯤이면
내 손에 어김없이 방패연이 주어졌다.
친구들이 날리는 연은
마징가와 태권브이가 그려진 연으로
문구점에서는 파는 것이었지만
내가 날리는 연은
아버지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연이었고
하루 저녁 온전히 연을 만들어
또 하루 동안 더 정성스레 건조시켜
“ 이우재 연 ” 이라고 적어주셨다
친구들이 가진 연은 겉모습이 화려하지만
금세 찢어지기도 하고 뼈대가 부러지기도 했지만
“ 이우재 연 ”은
오래도록 튼튼하고 잘 날랐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오래도록
칼바람도 버텨주는 연이었다.
칼바람에도 오래도록 버텨주는 연 덕에
친구와의 연날리기에서 자꾸 이기면서
어린 이우재의 꿈은
저 멀리 날아가는 “ 이우재 연 ” 만큼이나
크게 뻗어 나갔을 거다.
어쩌면
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큰 꿈을 가지기를 원했을 거다.
바람 쎈 북서풍 겨울이 코 앞인 이런 날엔
내 어릴 적 방패연이 창밖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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