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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그 후...

신장은 괜찮다

by IMmiji 2012. 11. 12.

파이팅

 

밤새 바람이 세상을 다 쓸어버릴 듯이 불어댔었다.

창문이 덜컹거리고, 한 번씩 땅에 떨어진 낙엽들을 몰아치는

바람소리에 몇 번 잠이 깼었다.

하루의 첫 뉴스를 들으며, 일어나 움직일 준비를 하는데,

화면에 나온 어느 처자가, 너무 추워서 입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 바람에, 그 정도로 추운가 싶었다.

강한 바람에 어느 아파트는 동 전체가 정전이 되기도 했다고 하니...

 

첫 추위에, 얼어죽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감기에 걸릴까봐...ㅎㅎ>라도

할까봐, 입고 가려던 옷을 바꿔 한겨울에나 입음직한 외투를 꺼내 입었다.

목에 스카프도 두르고 마스크는 당연히 하고...

7시쯤에 집을 나서서, 7시 반이 되기도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검사실 앞에는 의자가 모자라도록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관례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검사실 문이 열리기전에

기다리던 사람들은 번호표를 뽑지 않고, 검사원이 들어오라는 소리를 하면

바로 들어가서 순서<자기들끼리 먼저 온 차례가 있는 모양이다>도

없이 검사를 받는다.

 

그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았다면, 순서가 23번이나 그 뒤가 되었을 것 

같은데, 내가 뽑은 번호표는 3번이었다.

3번의 차례가 되기까지 나는 족히 이십여 분은 더 기다려야 했다.

피를 뽑아서 3개의 병에 나누어 담고, 두 개의 소변컵에 소변을 받은 뒤에

검사는 끝이났다.

피검사 가운데 하나는, 하루에 딱 한 번 검사를 하는데, 그것도 오전 9시

전에 뽑아야 그 날 11시 지나서 나온다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검사를 하고,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이 지나야 진료를

볼 수 있었기에, 그 긴 시간 동안 책을 보며 기다렸다.

오늘은, 책을 보다가, 문득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기도를 했었다.

병원 로비에서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두 주전부터 다시 복용하는 혈압약 덕분에 혈압은 비교적 괜찮았고,

오늘도 한참을 모니터를 주시하시던 선생님이 내게 하신 첫 말씀이,

"신장은 괜찮다!!"였다.

그 한 마디 속에 얼마나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식한 지 이제 두 달 막 지났을 뿐인데 신장이 괜찮아야지 벌써부터

문제가 있으면 어쩔려고?? 라는 생각과,

어쩌면 그렇게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위험하고 문제가 

일어나기 쉬운 시기인데, 괜찮다는 결과는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엇갈렸다.

 

마치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신 것처럼,

얼굴과 종아리, 특히 발목 부분이 많이 붓는다는 것과,

이식받은 쪽 다리가 힘이 너무 없고 걷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에 대해

설명을 상세히 해주셨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내 경우, 신장에 물집이 잡혀있어서, 신장을 둘러싸고

있는 막이 있어서, 그래서 여늬 신장에 비해 크기가 큰 것처럼 되어서,

그만큼 주변을 압박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다리에 힘이 없을 수도 있다고,

그러면 결과적으로 신장에 문제가 있게 되는데, 검사 결과로 봐서는 그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계속 두고 봐야 된다고 그러셨다.

 

그리고 붓는 것은, 앞에서 그런 요인을 일으키는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해서,

지금은 많이 줄였지만, 그래도 그 영향이 남아서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그건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싶어 안심을 했다.

앞으로 검사는 계속적으로 받게 되겠지만, 그때마다 결과가 괜찮아서,

굳이 물집같은 막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초음파 검사나 뭐 그런 류의

검사를 받지 않기를 기도한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오래도록, 아니 일평생 듣기를 원하는 말은,

오늘 들은 그 한 마디, '신장은 괜찮다' 이다.

아니, 괜찮다... 정도가 아니라 아무 문제없다고 할 만큼 좋기를 바란다.

 

건강한 것만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그 건강이 기본이 되어야 뭐든 하는 

일에 지장이 적으니까, 건강하기를 바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는 몸 건강한 것만을 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넓게 멀리 바라보며

영적 성숙과 성령의 열매를 맺기 원하는 데까지 이르기를 바라시는 것이

하나님의 나에 대한 뜻이라 여겨진다.

나에게 국한되어 있던 시선을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데 사용하라시는

것 같다.   현재의 나자신, 내 처지, 내 상황을 보지 말고, 하나님께서 친히

계획하시고 이루시는 과정을 거친 그 뒤의 나, 내 상황, 내 꿈을 보라고

말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신실해지고 좋아진 내 모습을...^^

그래서 지금 최선을 다해서 조심하고 건강해지려고 한다.

바탕을 잘 다져놓아야 되니까...

 

참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해주십사 기도한다고

하나님께서, 그래, 알았다. 내가 다 할테니 너는 마음대로 살거라...

하시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구하든, 하나님께서는 당신께서 친히 그 모든 일들 다

하실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에게 그 구하는 바를 하도록 기회를

주시고, 상황을 만드시고, 그 안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방법을 더 원하시는

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녀들이 구하는 것을 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진정 그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갖고 싶은 것을 기다리는 인내심도

키워주고, 자식이 그것을 얻도록 노력하는 방법도 알게 해주고 싶고,

얻었을 때의 기쁨과 감사함도 느끼게 해주려고 할 것이니까...

잘 아는 유대인의 속담처럼,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자식을 위해서는 더 좋은 방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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