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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그 후...

외과에서

by IMmiji 2012. 10. 24.

복수줄을 빼고 꿰맸는데도 물이 샜다.

그래서 꿰맨지 이틀 째 되던 날 다시 그 위에 스태플러로 네 번 찝었다.

다행이 그 후로 더는 물이 새지 않았다.

 

꿰매고 찝었으니 이제는 아물고 살이 채워져서 샐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겼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다 된 어젯밤 늦게 다시 물이 샜다.

속옷 겉옷 할 것 없이 많이 젖었다.

 

수건이며, 거즈며 젖는 부위에 대고 있어야 했다.

오후에 예약 시간에 맞춰 그렇게 대고서 외과 외래에 갔다.

병원을 그렇게 드나들어도 외과에 가보긴 처음이었다.

잘 지냈냐는 의사의 말에,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지난 밤부터 다시 샌다고

했더니, 누워보라고 했다.

 

젖은 거즈를 떼내고, 그 부위를 다시 소독하고, 마취를 하고 또 꿰맸다.

같은 부위를 몇 번 꿰매고 찝고 하는지 모르겠다.

단단히 꿰맸다고 하는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며칠 있다가 와서 꿰맨 데를 보고, 그때 다시 예약을 잡아줄테니

두 주 후에 와서 실밥을 뽑자고 했다.

오늘도 지난 번에 꿰맨 실밥과 스테플러 찝은 것을 뺐는데...

 

물은 나쁜 것이 아니라 림프액이라고...

그 액은 항상 배 안에 있는 것인데 그게 샘으로 해서 감염이 일어나

문제가 되는 거라고 했다.

제발 더는 새지 않고 몸 안에 잘 있기를 기도한다.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그 경우가 내 경우가 되니 힘들 뿐이다.

 

퇴원 며칠 전부터 이마에 두드러기같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얼굴 전체에 퍼지면서 이젠 목까지 퍼졌다.

특별히 가렵거나 다른 자각 증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손을 대면 무지 신경이 쓰여서 오늘 담당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었다.

이식 후 2-4달쯤에 그런 증상이 심하다고 하셨다.

그 외에 다른 위험 요소들이 조용히 지나가기만 바란다고 덧붙이셨다.

 

이식받은 것이 끝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시작인 것 같다.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 스스로 넘어야 할 산들이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넘을 것인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 작아지지 않으려고 하나님 뒤로 숨는다.

아버지가 다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어린 아이처럼...

 

병원을 나와서 두 정거장쯤 걸었다.

다리에 너무 힘이 없는 것 같아 운동삼아 걸어봤는데... 힘들었다.

전에는 몸이 무거워 힘들었는데 이젠 다리에 힘이 없어 힘들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걸음걸이가 영 어설펐다.

더 걷기 힘들어지자 멈추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할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심을 감사드렸다.

병원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가서 진료받고, 그리고 돌아왔는데

하루 해가 다 지나갔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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