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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그 후...

123 일째

by IMmiji 2013. 1. 8.

오늘도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며 집을 나섰다.

지난 동지 이후로 조금씩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지만,

아직은 7시에도 어두컴컴하니 달과 별이 더 잘 보이고 있다.

7시 반에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놓고서, 맞춰놓은 알람<8시면 울리는>소리에 약을 먹고, 진료 시간까지 족히 서너 시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늘 그러듯이, 두 어머니께 안부 전화도 드리고,

친구들한테 메시지도 보내고, 가져간 책도 읽으면서 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썰렁하던 병원이 점점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고,

나의 예약 시간도 차츰 다가오기 시작했다.

보던 책 집어넣고, 먹고 남겨진 약 껍질도 챙기고, 머플러도 수습해서

진료실을 향해 일어섰다.

 

그래도 새해 첫 만남이라고, 녹차 라떼 두 잔<담당선생님과 간호사를 위해>을

들고 바지런히 걸어갔더니, 오늘 아침 학교<선생님은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신다>에 갑작스런 일이 있어 선생님은 나오지 못하셨다고 했다.

대신 다른 선생님<그 분은 입원했을 때 또 다른 담당이셨다>이 진료 보신다고...

입원 시 세 분의 담당 선생님이 계셨었는데, 굳이 서열을 따지자면, 오랫동안

나를 담당해 오신 분이 1번이시고, 오늘 진료보신 분이 2번, 그리고 다른 분이

3번이라고나 할는지... ㅎㅎ

 

나를 보더니, 임시 담당선생님께서, 얼굴이 많이 통통해지셨네요?라고 했다.

내 얼굴은 언제나 통통하다. 심지어 몸이 말랐을 때조차도...

그래서 오래 나를 봐오신 선생님은 내 얼굴을 보고 통통하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문제는 얼굴이 아니라, 다리의 (심한) 부종이었다.

부기는 무조건 빼야 된다고, 그래야 신장이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이뇨제를 하나 더 추가해 주셨다.

 

다행스럽고 감사한 것은, 검사 결과 신장 기능과 단백질... 같은 게 정상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신기능이 정상으로 나왔으면 부종도 없어야 하는데, 부기가

생기는 것은, 다른 이유를 찾을 것도 없이 약 때문일 것이다.

피부 트러블에 이어, 혈압과 안압의 상승에 이어, 이제는 탈모까지 심하다...고

했더니, "머리는 새로 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라며 웃었다.

 

약의 부작용에 대해, 한 번도 의사들은 얘기해 준 적이 없지만,

나처럼 이식을 받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글들을 통해 대충 어떤 증상들이

생기는지 나름 알고는 있었지만, 아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의 차이는... 컸다.

그래, 나겠지, 언젠가는... 자기 머리카락 아니라고 쉽게도 얘기하네...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언제쯤 약을 줄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이식받은지

얼마나 되었냐고 했다.

 

이식받은 날짜를 말하니, 6개월이 다 되었네요... 했다.

오늘로써 123일째인데, 이제 넉 달 지났는데, 벌써 6개월이라니...싶었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다. 6개월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아직 줄이려면 더 있어야

된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약의 부작용들이, 한꺼번에 생기지 않은 것을 감사할 따름이다.

하나가 조금 가라앉으려 하면 또 다른 게 생기고 하는 식이어서 참을 만하다.

 

지난 번보다 이번<그리고 다음>이 조금 더 다니기가 덜 힘들고 편해서

감사하고 있다.

오늘은 병원에서 퇴원 후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버스에 오르는 것도 안되고,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 것도 버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이 일상으로의 복귀가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몸의 회복과 함께, 생활을 영위해나갈 자신감도 회복이 되는 듯하고,

약에 대한 부작용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오늘도, 긴 시간 모든 일들을 잘 감당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고맙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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