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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그 후...

퇴원 후 첫 내과 진료를 받고

by IMmiji 2012. 10. 29.

퇴원할 때, 검사 받으러 9시까지 검사실로 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쪽 방향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따라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5시도 안되어 일어나 기독교 방송에서 설교를 듣고,

6시에 식전 약을 챙겨 먹고, 30분 뒤에 아침밥을 간단히 먹었다.

그리고 준비해서 7시쯤에 같이 집을 나갔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실에 가니,

아직 문도 열지 않은 검사실 앞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7시 반에 피검사를 하고, 외과 진료 시간까지 기다리며

오랫만에 엄마와 여동생한테 전화도 하고,

가져간 책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 꿰맸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림프액이 많이 샜었다.

단단히 꿰맸다고 했는데도 또 새니 한숨만 나왔다.

그 다음 날에, 이찬수 목사님 주일 설교를 듣고 찬양하면서

새는 옆구리에 손을 대고 선포하며 통성으로 기도를 했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새던 곳이 더는 새지 않으면서 거즈도 수건도 젖지를

않는 것이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오늘 외과 의사가 꿰맨 부위를 보더니 괜찮겠다...고 했다.

다음 주 금요일에 실밥을 뽑으러 가기로 예약을 했다.

외과에 이어 신장내과로 가니, 피검사할 때 소변 검사가 빠졌다고

다시 검사실로 가서 소변 검사를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끝에서 끝에 있는 검사실까지 가서 검사를 위해 소변을 받는데,

아직 다리에 힘이 주어지지 않는 탓에 일어나지를 못해 정말 애를 먹었다.

 

검사 결과가 11시 넘어 나온다는 바람에 다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책을 보면서 그 시간을 보냈다.

담당 선생님은, 모니터에서 내가 받은 검사들을 한참 들여다 보시더니,

대체로 검사 결과는 괜찮은데, 아무래도 약을 많이 조절해야 되겠다고 하셨다.

피부에 난 것들은, 스테로이드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하셨고,

아직도 붓는 다리나 얼굴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더 큰 문제는 급성 거부 반응이라고 그러셨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지만, 내 안에 이식된 신장이 갑자기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그게 문제라고 말이다.

그 거부 반응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했다.

어떤 조심을 한다거나 대비를 한다는 게 있으면 하겠지만 말이다.

그저 이식 부위에 손을 대고 하나님께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시기를 기도하고 기도할 뿐이다.

 

림프액이 새는 것에 대해서도, 선생님은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퇴원할 때도 6일간 새지 않다가 7일째 되던 날 새기 시작했으니까...

그곳이 새지 않더라도, 안에서 고여 이식받은 신장을 압박하면 신장 기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염려하신다고 했다.

그야말고 수술 받는 것이 다가 아니고 그 후가 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감수해야 할 과정이라고 여기며,

이식받은 신장이 좀 더 오래 버텨줄 것을 바라고 기도할 따름이다.

신장이 조금씩 기능을 상실해 가는 상황에서, 당뇨는 그대로 있는...

내가 다시 선생님을 만난 이십 대 초중반의 그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서른 아홉에 투석을 하게 되었으니,

이식받은 신장이 그만큼 버티어 줄까 나도 의문이다.

 

원하고 기도하기는, 내가 하나님께 부름을 받는 그 날까지,

지금 이 신장과 끝까지 함께 하기를, 다시는 투석받지 않기를 날마다 간구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는 날 동안 내게 온 신장과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복막이든 혈액이든 투석은 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 해주시려고 이식 수술을 받게 해주신 거라고 믿고 싶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남은 삶을 사는 동안 오로지 하나님만 의지하며 기도로 버티기를 바란다.

이식 후의 크고 작은 위험들도 잘 이겨내도록 도와주실 것을 믿는다.

그 믿음 하나로 하루 하루 사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니까.

그리고 그것만이 나를 치유해 주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것이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믿으니까...말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해주실 것이다.

 

7시 반에 검사를 하고,

정오에 원외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받음으로써 오늘 진료가 끝났다.

약이 많아서, 집에 와서 헷갈리지 않게 정리하느라 바빴다.

퇴원할 때보다 훨씬 약이 더 많아졌다.

혈압이 높아 다시 약을 두 가지 받았다.

혈압이 높으면 신장이 힘들어지니까 약을 먹지 않을 수 없다.

면역억제제도 좀 더 늘리고, 혈당이 높으면 안되니까 혈당강하제도 첨부하고...

 

아무튼, 그래도 모든 일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감사했다.

오자마자 점심도 먹지 않고 아침에 드리지 못한 예배부터 드렸다.

감사드리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어렵고 힘든 때에도 감사드려야 하는 것이 믿는 자로서의 도리인데,

마땅히 감사드릴 일에 감사드리는 마음이야 오죽 기쁘고 좋을까.

주님 안에서의 모든 일에 기꺼이 감사드리는 자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나와 함께 해주신 아버지 하나님께 큰 감사를 올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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