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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그 후...

눈 온 뒤 외출 - 병원으로

by IMmiji 2012. 12. 6.

오늘로 이식 수술받은지 꼭 석 달이 된다.

세월이 빠르다 싶으면서도, 병원에서 보낸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석 달이 아니라 그 몇 배는 더 지나온 것처럼 오래된 것만 같으다.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위해 아침밥을 챙겨주고,

남편이 밥을 먹는 동안 나는 병원 갈 준비를 했다.

식사 준비하고, 같이 앉아 밥을 먹다보면, 출근 시간에 늦기때문에

오늘 아침은, 밥을 포기하고 그 시간에 준비해서, 집을 나서기전에 주사만 맞았다.

 

지난 밤에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러워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응급실이 있는 동문에 차를 세우는데, 차에서 내리니 바닥이 얼어 있었다.

조심조심 발을 내딪으면서 병원에 들어서니, 이맘때 쯤이면 늘 그렇듯이

로비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관련 장식물들이 화려하게 세워져 있었다.

목요일이라 그런지, 검사실 앞에는 월요일 아침과는 달리 몇 사람 앉아 있지 않았다.

순서표를 뽑았는데, 1번이었다.

물론, 1번으로 하지는 못했다. 내 앞에 네 사람이 하고 다섯 번째로 차례가 되었다.

 

혈액과 소변 검사를 마치고, 병원 내 식당에 가서 약 먹을 물과 식사를 주문하는데,

마땅한 것이 없어 잣죽으로 했다.

죽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나로서는 달리 선택<싱거운 것으로 먹어야

했으니까>도 없었다.

나처럼 식사를 하고 오지 않은 사람들<검사실에서 만났던>을 살짝 둘러보니,

다들 그 아침에 컵라면이든 그냥 끓인 라면이든 그 라면을 먹고 있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온 사람들이, 식사로 라면을 먹고 있다니...

연세드신 분들이 그렇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시는 건... 아마도 돈이 아까워서일 것이다.

라면 드시는 어르신들 틈에서, 비교적 젊은 내가 잣죽을 먹으려니... 웬지 민망했다.

아무리 바빠도 다음부터는 꼭 집에서 한 술 뜨고 오리라... 다짐을 했다.

 

세 시간 반 동안, 다소 서늘한 병원 로비에서 결과와 진료시간을 기다리며,

두어 군데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그리고 가져간 책을 읽으며 보냈다.

4주에 한 번씩, 그것도 무탈하게 잘 지낸다는 가정하에,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

앞으로 내게는 생활이 될 터였다.

그 생활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내가 편해지는 길이리라...

 

이윽고 긴 시간이 지나서, 책을 가방에 넣고 일어나 진료실로 향했다.

추운 날씨때문인지 혈압이 좀 높았다.

진료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시고 선생님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없는데 왜그러시냐고 했더니, 표정이 좀 그래서... 왜 어디 불편한 데 있냐...고

하실길래, 입을 열려다말고, 일단 검사 결과부터 보고 얘기하쟀더니... 웃으셨다.

선생님께서, 신기능은 '좋다'고 하셨다. 아무 문제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왜이렇게 많이 붓지요? 투석할 때보다 더 심하게 붓는걸요?> 했더니,

바지를 위로 올려보라고 해서 발목 부분을 보여드렸더니,

그래, 많이 붓긴 부었구나... 그러셨다.

 

붓는 것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나를 향해 웃으시며, "부기 빠지는 건, 아직 멀~~었다!" 고 하셨다.

약 때문이라고, 그런데 아직 약은 한참을 더, 많이 복용해야 하고,

줄이는 것도 나중 일이라고... 그러니 부기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이식받은 부위는 괜찮냐고 하시길래, 좀 오래 서있거나 무리해서 걸으면

그 부분이 불편하고 뻐근하다고 했더니, 그건 당연한 증상이고 앞으로는 아프기까지

할 거라고 그러셨다.  신장이, 내 안에서 몸과 하나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서,

사방에서 그 부분을 끌어당겨 그렇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있던 증상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줄어들 거라고 여긴 것과는 달리,

생각지도 못했던 증상들이 하나씩 더 보태지는 것 같아 갈 길이 소원하게 여겨졌다.

이식만 받으면, 투석만 하지 않으면, 끝날 것 같았는데,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 같고,

끊임없는 과정의 연속인 것만 같아서... 에고 참.

그래도, 아무리 심하게 부어도, 그것이 약으로인한 부작용이고, 신장기능은 좋다고 하니,

그 모든 증상과 과정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가라앉고 내 입에서 감사가 흘러나왔다.

괜찮다고, 견딜 수 있다고, 반드시 끝이 있는 과정이니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했다.

오늘은, 평소 받던 약에서, 수분제거하는 약을 보태서 처방받아 왔다.

 

7시에, 아직 어스름한, 마치 저녁시간같은 때에 집을 나서서,

병원에서의 모든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1시가 다 되었다.

갈 때 그리고 올 때, 병원에서... 아무 일 없이, 모든 일들을 잘 마치고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이 감사하고, 신장이 제 기능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소변양도 줄어든 것 같고, 자꾸 심하게 붓고 해서 내심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나보다 더 꿋꿋하게 내 안에서 잘 견디어주는 신장에게도 고맙다.

과정은 힘들고 어려워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보다 더 빨리 지나갈지도 모른다.

더도 말고 내가 늙어가는 속도만큼만 빨리 이 과정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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