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뇌사자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너무나 떨렸었다.
가슴이 떨리고 손이 떨리고 목소리까지 떨렸었다.
생각지 않았던 때에 생각지 않았던 연락을 받으니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황이 되고 떨렸었다.
하지만 첫 번째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신장과 함께 췌장을 함께 받아야 수술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으니까...
두 번째 연락을 받았을 때는, 조금 떨렸었다.
두 번째는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떨렸다.
하지만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한 뇌사자는 예순이 넘은 사람이었고,
그보다 더 나를 주저하게 한 이유는 급성 신부전으로 수치가 높다고 해서였다.
그 말을 들으니 받겠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었다.
세 번째 연락은,
밤에 열 시가 넘은 시간에 왔었다.
뇌사자는 마흔이라고 했고 4층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성별도, 어쩌다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받겠냐고 해서 받겠다고 했다. 이상하게 전혀 떨리지 않았다.
내 머리보다 내 몸이, 이제는 때가 되었음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받겠다..고 한다해서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받겠다...는 말을 하는 순간 비로소 내가 받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실험에 들어가는 거라니까 말이다.
다음 날 오전 열 시에 그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준비를 해서 천 만원을 들고 응급실로 바로 오라고 했다.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예배를 드렸다.
주여 나의 병든 몸을... 찬송을 두 번 부르고,
말씀을 보고 기도했다.
엄마한테 병원으로 오시라는 전화만 드렸을 뿐
다른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았다.
(수술비를 부담하는 믿음의 자매와 유일한 친구는 제외하고...)
병원 응급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나'임을 증명하는 표가 팔목에 채워지고, 그 표는 병원을 나오는 순간까지
한 시도 내게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내 몸에 걸쳐진 모든 것이 벗겨지고 수술복으로 입혀졌다.
계속되는 검사와 금식, 그리고 저녁에 수술실에 들어간 것이 첫 날의
내 기억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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