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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2월의 시

by IMmiji 2023. 2. 13.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 추며 

 

자기 꼬리의 날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 

 

겨울의 끝자락이 아쉽고

초봄을 잠시 맛배기로

계절은 여름으로 곧장 달려갈게

뻔한데 그래서 아직은 겨울잠에서

서성이고 싶은데

2월의 짧다란 날짜가 미워집니다 

 

내 삶 언저리 돌아보면 짧아서 2월이 좋았던

기억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은 달

현실의 삶 속에는 빠른 시간들이 미워서

짧은 2월을 반기지 않게 되네요 

 

지구 온나화로 더위가 길어지는 현대에서

2월의 추위쯤 마음껏 즐기고 꼭꼭 채워

추워서 좋은 기억들만 많이 담으시길

눈 온 뒤의 2월 나뭇가지는 분명 봄이

우리 곁을 서성인다고 무언으로 알려줍니다 

 

 

< 2월의 시 / 함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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