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는 몇 주 전에 교회로 가다가 찍은 사진인데,
이때만 해도, 봄이 시작되어, 피기 시작한 잎들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연초록빛과 봄꽃들이 어우러져,
다시 한번 생명을 부여받은 세상이 움틀대고 있었다.
위에 있는 사진처럼,
벚꽃이 피었다가 이내 꽃잎들이 떨어져 바닥을 뒤덮고,
뒤이어 꽃진 자리에는 푸른 잎사귀들로 가득해졌었다.
그리고... 세월은 속절없이 금방 곁을 스쳐가버렸다, 이렇게~~
이 야트막한 오르막 길 건너편에는 국립박물관이 있고,
길 옆에는, 130년이 다 되어가는 고등학교가 있다.
여기서 두 정거장을 더 가야 교회가 있는 정류장이다.
거긴 경사가 더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서,
보통 몇번은 가다가 서다가를 반복하며 호흡을 고른 끝에야
예배당에 이르게 된다.
걷기를 시작하고부터 달라진 또다른 변화라면,
여기에서 버스를 내려 예배당까지 걸어간다는 거다.
차가 없는 사람들, 그러니까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두 정거장 후에 내려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그 길이 가파르긴 해도, 교회로 가는 제일 빠르기 때문이고,
이 길은,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한다.
교회에 이르기전에 있는 초중고 중 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나서,
거기서부터 걸어가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나처럼, 이 길이 좋아서 일부러 걷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
주일 아침에, 늘 그러듯이, 길을 걷다가,
길 건너편에 있는 나무들마다 하얀 뭔가를 달고 있어서,
내 약한 시력으로는 잘 보이지가 않아,
폰으로 줌인을 해서 보니, 아카시아였다. 것
두 이제 막 피기 시작하려는 베이비 아카시아였다.
그랬는데, 어제 저녁에, 산 가까이 사는 지인으로부터
아카시아가 만발해서, 그 향기에 취할 정도라는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세월의 빠름에 놀라워했다.
하기야 날마다 26 -28도 이르는 이 도시의 더위에,
꽃들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못했을 거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꽃의 이름이 이팝이라고 한 것 같은데,
아닌가? 조팝인가?
여튼, 이팝과 조팝(이밥과 조밥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리 불린다고 들었는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나무를 찍었던 이번 주일 아침보다,
한 주가 거의 다 지나가는 요즘, 이 꽃나무들이 가로수로 줄지어
서 있는 길을 지나갈 때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런 길과 옆에는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추운 겨울에는,
그 아래를 걷는 이들이 햇살을 받으며 걷도록,
나무들이 잎을 다 떨어뜨려 주고, 햇살이 강해지기 시작하면,
이렇게 잎들이 자라 얼기설기 그늘을 만들어 주며
걷기에 좋도록 해주니, 나무들을 이용하신 주님의 배려가
따사로운 햇살처럼 참으로 살갑기만 하다.
걷다보면,
종종 이렇게 빈 터에 여러가지 채소들을 심어놓은 게 보인다.
볼 때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다.
누군가 나한테 빈 터를 좀 줄테니, 뭐든 심어보라고 해도,
게으른 나는 정중히 사양을 했을텐데 말이다.
집과 떨어진 곳에, 저런 밭을 일구고 뭔가를 키운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라고 보기에,
그저 내게는 세상 부지런한 사람들로 생각될 뿐이다.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그 너머에는,
역시 오래된 중,고등학교가 있고, 그 맞은 편인 운동장에서,
주일이면 모여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는 이들도
나름 바지런하고 활동적이기는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주일에 예배하러 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아직 믿음이 이르지 않아 교회가 아닌 운동장으로 가서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은, 쉬는 날이라고, 늦게 일어나고
마냥 퍼져서 티비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람마다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테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라는... ㅎㅎ
걷다가, 문득 뒤돌아 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바라봤다.
그리고 걸어온 그 길도 한 번 폰카에 담아본 거였다.
앞만 보고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거긴 또 다른 길의 모습이 있고,
처음 보는 길처럼 새로움이 있어 난, 잠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다소 이른 시간이라,
길에 사람들이 없어 여유를 부리며 걷고,
사진도 찍던 내 앞에,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무슨 조화라도 본 듯이 놀랐다.
그러다 학교마다 있는 주차장에서 예배 시간이 가까워지자
그렇게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거였다.
그렇게 가다가, 어떤 이들은 교회를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고,
어떤 이들은, 학교 주차장 옆에 있는 등산로 계단으로 향했다.
같은 길을 걷는 듯하던 사람들이,
때가 이르자 각자의 갈 길로 나뉘어 가는 그 모습이,
마치 종말에 부름을 받은 이들과 받지 못한 이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갈리는 것처럼 보였다는...
마침내 길의 끝에, 내가 가는 목적지에 이르렀다.
내 앞에 나타난,
익숙한 그 모습에 반가움과 평안함이 내 안에 생겼다.
가끔씩은 좀더 그 길을 걷고픈 기분도 들지만,
대개는 거기까지가 주일 아침에 하는 산책으로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딱 기분좋게 걸을만한 그런 길이~~
좀더 일찍 이 '주일의 기분좋은 산책'을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전에는, 내가 그 길을 걸을만한 체력이 되지 못했고
더우기,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모든 것에는 허락하신 때가 있다고 하듯이,
지금 내가 그 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럴 때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고,
주님이 누리라고 허락하신 바로 그 때여서임을 깨닫는다.
주님이 허락해주신다면, 부르심을 받는 그 날까지,
이 길을 걸어 예배하러 가고 싶다, 내 두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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