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시간(오후 1시 조금 지났을 때쯤?)도 안된 일인데...
음식 이름들이 가물거린다는... 쩝.
맨 위의 것은, 쉬림프 오렌지 샐러드,
두 번째는 해물 파스타,
세 번째는 쉬림프 전복 필라프인가(?)이지 싶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새우를 넘치게 섭취한 듯하다. ㅎㅎ
여튼,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그 중에서도 새우를 좋아하다보니,
한 턱 쏜다(원래 제목을 이렇게 붙이려 했었다)고 가서는,
이것도 괜찮다, 저것도 좋다...는 언니를 대신해서,
주문을 했는데, 결국 내 취향따라 해버린 게 돼서,
의도치 않게 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준 터라 더 즐겁게 식사를 한 것 같다.
내게는 친언니(가 없어서만은 아니다)보다 더 가까운,
평생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입은 사람이다보니,
늘 어떤 식으로든 그 은혜를 갚고픈 심정인데,
마음이야 그렇지만,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그 고마움을 갚고 싶어서,
영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배우려 해온 언니에게,
편지쓰기도 도와주고, 영어로 카톡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언니의 그 열정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했었다.
그러더니 언니는 몇 해전, 갑자기 영어 학원을 하게 됐다.
실력으로야 하고도 남았지만 전공이 아니어서,
오랫동안 집에서 과외 학생들만 상대했었는데,
참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도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더니,
많이 늦은 나이에도,
결국 하고야마는 언니의 그 열정에,
난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었다.
그러다보니, 우린 만나면 영어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좀더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ㅎㅎ
언니에 비하면, 난 그리 열심이지도 않고,
그렇게 좋아한 것도 아니어서 늘 기본에 머물러 있다.
언니를 처음 만난 것도 도서관에서 하는 영어 교실이었고,
만나면 주고받는 얘기의 대부분도 영어에 대한 거였지만,
유일하게 사심(?)이 섞이지 않은 영어 이야기였기에,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남을 이어오는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지난 주에 하나뿐인 아들을 입대시키느라
강원도 철원까지 아저씨하고 다녀왔는데,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던 터라 마음이 그랬을 거다.
위로 차원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냉면을 먹자고 했는데,
오늘 비가온다는 예보에, 중간 지점에서 만나지 않고,
비오면 다니기 힘들어하는 나를 배려해 데리러 와준 거였다.
차에 타면서, 냉면 잘 하는데 검색해 놨다니까,
그동안 냉면은 여러 번 먹었으니 내가 먹고픈 곳으로 가자며,
선뜻 양보(^^)를 해주길래, 집 근처 레스토랑으로 갔다.
종종 걸으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치던 곳인데,
어느 날인가, 저녁 무렵에 나가서 걷다보니 어두워지려 했다.
밝을 땐 그냥 지나치던 곳이었는데,
저녁이 되니까, 하얀 벽은 지중해 풍처럼 보였고,
환하게 불이켜진 내부가 불빛으로 안온하게 보였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회의 자매가 어떤 일로
내게 고맙다며 식사를 하자고 해서 가보게 됐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내가 더 이국적이었다.
음식도 상당히 맛있었다.
보통 외식을 하면, 염분이나 당분때문인지,
식사를 마치고나면 물이 엄청 쓰이는데 거긴 아니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자매도 그랬던지,
신기하다며 나중에 통화를 하면서 간증(?)하듯 말해주었다.
그때부터 내 마음엔, 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거기 가서
꼭 같이 식사를 하겠다는 바람이 자리를 잡았었다.
그 중 한 사람과의 바람을 오늘 이룬 거였다. ㅎㅎ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두 중년 여인네들은,
많다고 하면서도 그릇을 모두 깨끗이 비웠다.
언니도 나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곧잘 남겼는데,
이제보니, 많이 먹지 않아서가 아니라 맛이 없어서였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거의 대부분, 언니가 밥을 사고 커피는, 것도 한번씩,
내가 사곤 했었고, 내 처지와 형편을 배려해주어서
그런다는 걸 알지만 나로서는 늘 부담스럽고 미안했었다.
오늘처럼 거하게 쏜 건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언니는 자신이 내겠다며
계산서를 찾았지만, 그건 이미 내가 확보해 두었기에,
미안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가 내도록 양보를 했지,
안 그랬으면 당연한 듯 자신이 앞서 계산대로 갔을 거다.
모처럼 좋은 기분을 맛보았다.
식사든 커피든 혹은 다른 그 무엇이든,
좋게 말해 대접을 받는다지, 대접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러는 건, 그냥 얻어먹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식사는 밖에서 하려고 하지 않고,
커피 정도는 살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미리 계산한다.
그게 백번 더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으니까 말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내게 생각지 않은 큰 돈이 생긴다면,
난 그 돈으로 그동안 신세진, 나한테 잘해준 이들에게,
평생 밥과 커피를 사는 데 마음껏 쓰고 싶다.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 가서 즐거운 식사를 하는 건
생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이라도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것만도 감사하다.
하지만 언니는 내가 그렇게 돈을 쓰도록
내버려두지만은 않았다.
내가 종종 들러 빵을 사는 곳에 같이 가서,
(아들이 없으니, 뭘 잘 해먹지 않아서 요즘 언니 부부는,
영양실조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길래, 자주 가는 오래된
동네 빵집이 있는데, 가게 주인이 직접 다 만들다보니,
입소문이 나서 멀리서도 그 가게로 빵을 사러 온다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며, 사가지고 가서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아침에 꺼내서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불을 아주 약하게 해서 얹어두면 서서히 녹으면서 굽히고,
온 집안에 가득해지는 풍미가 정말 좋다고 했더니,
사러 가보자고 해서 간 거였다) 각자 빵을 샀는데,
말릴 틈도 없이 언니가 계산을 해버렸다.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더니 언니가 커피도 샀다는...
커피를 마시며 언니하고 모처럼 수다도 많이 떨었다.
다음 달에 학원을 비울 일이 많은데,
집만 멀지 않으면, 내 컨디션이 널을 뛰지 않으면,
내가 가서 대신 해주면 정말 좋은데...라며,
어째도 안될 일임을 번연히 아는데도 언닌 늘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혹시나? 하며 물었다가 한숨을 쉬며 어렵겠지?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며 얘길 마친다. 그럼 난 늘 미안하고...
언니가 나를 위해 해준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해줄 수 있으면 좋은데... 싶지만,
내일 컨디션이 어찌될지는 물론이고,
아침에 멀쩡하다가 오후에 멀쩡해지지 않으니,
난들 이 믿을 수 없는 몸뚱이로 뭔 약속을 할 수 있겠냐고...
집 앞에 내려주는 언니한테 빵 봉지를 들어보이며
빵 잘 먹겠다고 했더니, 언닌, 점심 잘 먹었다고 답했다.
내가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는 하나님만 아실 거다.
사실 음식을 앞에 놓고 사진 찍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데,
언니가 갑자기 폰을 들고 찍길래 나도 덩달아 찍어본 거였다.
그렇게 찍어서 뭘 하냐고 했더니, 8남매인 언니는,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8남매 단체방에다 올린다고 했다.
난 내 동생들하고 그런 걸 올리지도 않을 뿐더러
단체방 같은 것도 없다. 그래서 이렇게 블방에다~~
아무튼, 언니 덕분에 즐겁게 식사도 했고,
주문했던 음식 사진도 찍고... 남들처럼 해본 날이었다.
나란히 놓은 접시를 사진에서 보니,
음식이 같이 나오지 않고 하나씩 나오는 바람에,
기다리는 사이에 샐러드와 파스타를 먹은 표가 난다.
시장이 반찬이어서 생긴 빈자리가 아님을 꼭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린,
어딘가에 올린다며 음식(과 플래이팅)에 중점을 두고,
음식이 식도록 손도 못대고 사진을 찍어대다가,
다 찍은 뒤에야 음식을 먹는 이들은 더더군다나
아니라는 것도 밝히는 바이다... ㅎㅎ
그냥 모처럼 가진 즐거운 한 때를 음식으로 대신 해본 거다.
둘 다 사진 찍기를, 아니 찍히기를 싫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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