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색을 물어볼 때
난 대개 오렌지색이라고 말하지만 (중략)
때로는 주황 때로는 등자 열매 빛깔
때로는 이국적인 탠저린이라 하지만 (중략)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어딘가 있어"
- 가을방학 1집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중에서 -
우리는 어떤 근사치의 색들을
빨주노초파남보로 분류하고,
그것을 더 세분해서
진한빨강, 새빨강, 피빨강 등으로 부른다.
세상엔 아직 불리지 못한 색이 아주 많이 있다.
한편, 이미 이름이 붙었어도
그 이름이 그 호명의 대상을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따금 나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마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나의 이름은 분명 ㅇㅇ 인데...
내 이름은 내가 정하지 않았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수년간
이 이름으로 불려왔구나.
내 이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낯설어 보인다.
이게 가장 정확한 나의 이름일 수 있을까?
그런 기분이 들 때면
샛노랑 새빨강 사이에 있을 어떤 빛깔처럼
이것과 저것의 사이 그 어딘가에
공허하게 부유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나는 곧 내가 불려온 이름으로 되돌아 온다.
누군가 나를 'ㅇㅇ야,' 하고 불렀으므로,
그 부름에 내가 '응?' 하고 고개를 들었으므로.
[ 이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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