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달에 이리로 이사를 왔을 땐,
이 꽃을 못본 것 같은데...
그저께던가, 베란다 창을 열고 내다봤을 때만 해도,
꽃은 보이지 않고 이파리가 나오려는 몸짓을 하길래,
꽃부터 피고 잎은 나중에 나오는 여늬 봄꽃과는
다른 종류인가보다... 싶었다.
그런데 어제, 주일 아침에,
환기를 시키려고 베란다 창문을 열자,
뜻밖에도 내 눈앞에서, 이 꽃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하야니... 예뻤다.
여기 2층까지 올라온 것을 보니 키가 껑충 큰 듯했다.
난, 방으로 들어가 폰을 들고나와서는,
바람에 흔들림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방충망을 열고 그 모습을 폰카에 담았다.
해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앞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살짝 손을 내밀어 꽃을 내 쪽으로 당겼다.
한 손으론 꽃을 잡고 한 손으론 그 모습을 찍었다는~
모습을 담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그 아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서
베란다 창을 열어보니...
어제 종일 내린 비에 꽃들이 다 떨어진 듯했다. ㅠㅠ)
아무래도 난,
화려하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들보다,
의외의 장소에서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에 만난,
한두 송이의 이름모를 꽃에 더 끌리는 듯하다.
(당연히 이름이 있겠지만 내가 모르니... ㅎㅎ)
그렇게 꽃을 만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기에,
그 고운 만남이 더없이 반갑고 좋았다.
Surprise!! 하고 누가 깜짝 선물이라도 건네줘서,
얼떨결에 받은 그런 기분이라고 할는지~~
한동안 폰카로 사람이든 사물이든,
누군가를, 무언가를 찍지 않고 지냈었는데...
최근들어 갑자기 폰을 꺼내들고 뭔가를 찍고 있는,
내 모습을 만나면서 잠시 낯선 기분을 느끼고,
그러다 이 꽃을 찍으면서, 그런 나자신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듯해서... 기분이 묘하다.
별다른 욕심이나 미련없이, 바람이나 꿈도 없이,
무미하고 건조하게 생존만 하는 것 같았는데...
기껏해서 내 무딘 감각과 얼띤 행동으로 인해,
하루에 한두 번씩 커피를 쏟고 그래서 그걸 닦으며
살아있구나...를 의식했던 내가,
다시, 꽃을 찍고 있으니, 고운 만남이 내게 준,
놀라운 선물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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