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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그 후...

중간 점검

by IMmiji 2014. 10. 26.

 

 

 

 

 

몸이 아프면 마음도 가라앉고 쳐지듯이,

마음이 아프면 몸도 따라서 아픈 것 같다.

누군 나더러 내 몸의 아픔을 좌지우지하는 건 순전히 마음이라며,

마음이 힘들면 바로 몸에 나타난다고 염려를 한다.

그러니 제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고 담대하게 살라고 말이다.

그러게, 그게 내 생각처럼 말처럼 그리 쉬우면 뭘 걱정할까...

그게 가능하면, 아플 일도 없겠지...

 

어느 한 쪽이 좋지 못해도 힘든데,

몸과 마음이 둘 다 좋지 못하면, 바로 몸의 면역 체계가 깨져버린다.

그야말로 병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잡아먹힐' 지경이 된다.

탈이 단단히 날 때는, 한 두 가지 이유로 그리되는 건 아닌 듯하다.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겹쳐져버릴 때, 틈이 생기고 무너지는 것이다.

마냥 떨어져 바닥을 쳐야만 몸도 마음도 다시 오를 수가 있다.

아니, 오르거나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지난 2년 동안, 힘든 상황에서도 기특할 정도로 잘 버텨준 신장이,

그 2년이 지나자마자, 감기를 시작해서, 배앓이까지 하더니,

결국 오한, 고열, 구토...로 이어지면서, 강력한 바이러스까지 생겼다.

다시는 탈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엠블런스도 탔고,

뭐라고 '장담할 수 없는' 치료 결과의 모호한 이야기도 들었다.

하다가 안되어서 항생제도 다른 것으로 바꿨다.

들어간 수액이 나오질 않아서 몸이 붓고 복수가 차듯 차올랐다.

숨쉬기가 힘들고, 헛구역질이 끊임없이 나와서... 아팠다.

 

배출이 되지 않는다는 건,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바이러스에 둘러싸인 신장은 돌처럼 딱딱해졌다.

41도가 넘는 고열이라 몸은 사정없이 떨렸고, 해열제는 수도없이 맞았다.

나중에는 38도만 넘어도 해열제가 몸 속으로 들어왔다.

거기서 바로 열이 올라버리니까 미리 차단을 하는 셈이었다.

하도 항생제를 많이 쓰니까, 잘 듣는 항생제가 없는 듯싶었다.

약보다 더 중요한 건, '힘들겠지만' 그래도 '잘 먹어야 한다'고,

의사는 볼 때마다 당부를 했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그치만 음식만 보면, 냄새만 맡으면 구토가 생기는 것을...

 

다행히, 항생제를 바꾸고부터 상태가 달라졌다.

열이 내렸고, 음식 냄새가 역겹지 않으니 구토도 줄었다.

죽을 먹기 시작했고, 먹으니 느껴지지 않던 시장기가 생겼다.

먹으니 기운이 생기고, 기운이 생기니 눕는 시간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걸어보고픈 마음도 생겼다.

다 죽어가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더 놀라워했다.

젊으니 다르다...고 했지만, 사실 내가 어디 그리 젊은 나인가. ㅎㅎ

 

나도 어찌할 수 없는 것들<잘 먹어야 하고, 꼭 소변을 봐야 하고...>을

하루에도 몇 번씩 요구받으면서, 마치 내가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 것도 스트레스였다.

아무리 그런들 나보다 더 먹고 싶고 더 배출하고 싶은 존재가 어딨다고...

그렇게도 안되던 그 배출이, 열흘 이상 앞당겨 집에 오니 그날로부터

시작이 되어 하루만에 거의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 모습을 의료진들에게 보여주고 왔어야 하는데 참...

 

입원했을 때, 최소 3주는 더 있어야 한다며 못박는 소릴 들었다.

중간에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그건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걸 의미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11월을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강한 바람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었다.  시월이 다 가기전에 나갈 거라고 다짐했었다.

왜 그런 얼토당토 않은 마음이,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일들이 급 진행되면서, 난 열흘만에 퇴원을 했다.

내 몸 안에서, 그리고 담당하신 선생님의 판단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결과는 이렇게 됐다.

 

하여,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몸보다 정신이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고열에 자주 시달려서 뇌가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생각하는 게...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어진 것 같다.

아니,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떠느라 고생한 사지육신도 안됐고, 이식받은 신장도 안쓰럽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어떻게 다 보듬어주어야 할지 참...

사람 잘못 만나 니들이 다 고생이다...며 날마다 사과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신경을 써서 관리를 해주어야 할지... 숙제다.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가 아니라,

내 안에, 원래부터 있던 거라는데, 그것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니 왕성해졌다는데,

몸이나 마음이나 언제나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는 모양이다.

나름 최선을 다 한다고 하며 지냈지만 그걸로는 안되었던 게다.

이번 일을 '중간 점검'이라 여기고 꼼꼼히 살펴봐야만 되겠다.

아직 얼마를 더 함께 해야 할지 모르는데,

그럴려면 한 번씩 점검을 해서 계속 갈 수 있도록 정비를 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지...  그러라고 발목을 잡힌 것 같다.

 

그 무엇도 까닭없이 그냥 생기는 일은 없으니까...

모든 일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만한 대가가 있으니까...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병은 났고, 고통스런 시간도

겪었고, 이제는 그 힘든 고비도 지나서 여기 있지 않는가.

그럼, 재정비를 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해야겠지...

어쨌든, 다시 돌아왔고,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발목 잡히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잘 사는 것 말고 내가 할 일이 뭐겠는가.

아무튼, 아직은... 마지막 점검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병실에서 종일 보던 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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