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두 해를,
가장 험난하게 스트레스 충만하게 보냈음에도
기특한 신장은, 그런 세월을 나와 함께 잘 견뎌주었다.
낯선 몸에 와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힘들었을텐데,
책임지고 몸을 관리한다는 존재는 도무지 신경을 써주지 않고,
늘상 뭔가에 끊임없이 전전긍긍하느라 저자신도 못 챙기니...
유난히 몸이 고되고, 그래서 이식받은 곳이 뻐근하니 힘들면,
그제서야 생각난듯이 손을 얹고, 그저 '미안하다, 신장아...'
그 말만 몇 번이고 해주는 것이 다였으니, 저도 꽤나 섭했을 거다.
누군 독한 면역억제제를 중화시킨다고 온갖 좋다는 것들을 다
부어준다는데, 좋은 건 고사하고, 제 때에 끼니도 안 챙겨줄 때가
다반사니, 참 복도... 그러니, 우째 미안하지 않겠냐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 날...
나한테 온 저랑 저를 받아들인 나랑 둘이서만 아는 날...
그래, 우리 둘이서만 감사하고, 맘껏 축하하자~~
어차피 우리 둘만의 일이지 않더냐, 우리끼리 알면 되지... 했다.
역경이라면 역경인 시간들을 같이 잘 넘어왔지 않냐.
세 해째도 그렇게 잘 견디자, 그리고 같이 잘 해보자!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마지막까지 기념으로 축하하자!
그러면서 신장에게 손을 얹고 난 약속했다.
꼭 지키리라 다짐하면서...
보내온 날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오지 못했을 거다.
아무리 생명줄이 질기다고 해도, 살고자는 의지가 강하다 해도,
나 혼자서는 오지 못했고, 이 아이도 저혼자선 못 버텼을 거다.
우린 둘은 각자가 너무도 연약하고 힘이 없는 존재들이라...
가끔씩 몸도 마음도 바닥일 때는 그랬었다.
너랑 나랑 살고 죽는 건... 우리한테 달린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자고, 죽고 싶어도 그 분이 '아직'이라고 하시면,
우린 더 버티고 살아내야 하고, 살게 될 거라고...
살아서 저렇게 요란하게 지저귀는 새소리들도 듣고,
가을 햇살이 얼마나 따사로운지 피부에 느껴보기도 하고,
한 번씩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가을바람의 수작도 웃으며 봐주고,
영글어가는 감이며 대추도 다시 한 번 만나게 되니... 좋다.
하나씩 둘씩 떨어지는 낙엽이, 왜 벌써...싶게 성급하다 했었는데,
이젠 그 낙엽조차도 낯설지가 않고, 조석간의 스산한 바람도 이미
익숙해졌다. 이렇게 여전히 세월을 살고 있다 나는...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길에서,
한 바퀴를 돌고 왔을 때의 내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다.
무엇이, 누가, 어떤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모르니까 기대가 되고 설레임이 생긴다.
내가 이제 이식받은지 두 해가 됐다고 했더니, 누가 나한테 그랬다.
에게, 이제 두 살밖에 안됐네요? 라고~~ ^^
두 살... ㅎㅎ 새로운 삶을 살게 된지 그렇다는 의미인 줄 안다.
그렇게 새롭게, 몸도 마음도 생각도 삶도... 새롭게 살기를 원한다.
늘 함께 걷도록 옆을 비워두시는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신장이랑 저랑 둘 다 말할 수 없는 감사함으로 아버지를 생각하고,
끝까지 우리 둘을, 그리고 빠뜨린다 서운해할 다른 애들도 모두 다,
책임져 주실 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바퀴 더, 그리고 남은 여러 바퀴들도 다, 눈동자처럼 지켜주시고,
변함없이 동행하여 주실 줄 믿고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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