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by IMmiji 2014. 4. 14.

 

 

 

 

흘러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이 정하

 

 

 

 

저녁 강가에 나가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강물은 하류 쪽으로 힘차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흘러가고 있는 것은 강물 뿐만이 아니라 둑 너머 길도,

사람도, 우리 인생도, 사랑도 저만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세상에서 정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쪽에서 서둘러 생겨나면 다른 한쪽에선

바쁘게 사라지고 있었으니까요. 전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빨리 내 곁을 스쳐 지나갔던가,

생각해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가까이 하고픈 것들, 내가 간직하고픈 것들은 언제나

내 손길이 닿기 전에 저만큼 사라져버리고

잡히는 것은 언제나 쓸쓸한 그리움뿐이었지요.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는 그것이 재현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 날, 흘러가는 강물에 언뜻 비쳤다가 사라지는 밤풍경처럼

그렇게 내 삶도 흘러가는가 봅니다.

그렇게 내 사랑도 흘러가는가 봅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묻지 않는다   (0) 2014.04.16
선 물   (0) 2014.04.15
남 편  (0) 2014.04.12
길이 끝나면  (0) 2014.04.10
몸이 가는 길 마음이 가는 길  (0) 2014.04.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