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시

남 편

by IMmiji 2014. 4. 12.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 남  편 - 문정희 ]

 

 

 

 

 

 

 

 

 

여러 달 전에, 블친의 방에서 이 시를 보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었는데,

어제 오후에, 다음 달 월간지를 미리 받고 살펴보는 중에 이 시를 봤다.

그때 블친 방에서 봤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다.

비록 내게 새끼들이 없어 그 새끼들을 가장 사랑해 준다는 이유로

밥을 짓거나 하진 않지만, 어찌되었든, 남편이란 존재가 버젓이 곁에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느끼고 갖게 되는 연애 감정은 무엇이며,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 감정을 남편에게, 숨기기는 고사하고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어진다는 시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싶다.

그야말로 남편, 남자로서가 아니라,

아버지 같고 오빠 같은 그런 존재감으로 대하는 것일까...

결혼 십 여년이 되면, 그저 단순히 '가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더니,

가족은 스킨쉽하는 거 아니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지만 참...이다.

가장 밥을 많이 먹었고, 가장 전쟁을 많이 치룬 존재가 남편이라는

표현에는 공감의 한 표를 아낌없이 던지고 싶다는~~ ^^

 

여튼, 이 시에 어울리는 적합한 사진을 찾지 못해서,

이렇게 어정쩡한 것<권태기쯤에 든 부부 모습으로 해야 하는데...>을 올린다는~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 물   (0) 2014.04.15
흘러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0) 2014.04.14
길이 끝나면  (0) 2014.04.10
몸이 가는 길 마음이 가는 길  (0) 2014.04.09
봄비를 맞으며...   (0) 2014.04.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