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영어 성경 공부를 가려면,
아무래도 오늘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하는 게 좋을 듯하여,
갔더니, 세상에나, 두 부부 의사가 다 학회에 가고 없다나!!
금요일 오후부터 진료를 본다는데...
그러면서 간호사는 왜 아무도 없는 병원을
그렇게 열심히 대걸레질을 하고 있는지 참...
전기 아깝게 환한 대낮에 불은 온통 환하게 켜놓고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잠시 멘붕이...
기껏 나왔는데, 다시 집으로 가기는 싫고,
해서 친구한테 전화를 했더니,
야근을 하고 와서 자고 있다는데,
목감기가 잔뜩 걸려서 쉰소릴 내고 있었다.
잠 깨워서 미안하다 하고는 얼른 끊었다.
치과 현관문을 등지고, 커다란 창 앞에서,
연락처를 아래로 위로 다 훑어봐도,
전화할 곳이 없었다.
유일하게 있던 한 곳이 친구였는데...
목감기에다, 야근하고 와서 자고 있으니...
갈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다.
대관절 이 나이 먹도록 뭘 하고 살았나 싶다.
만남은 고사하고, 어떻게 전화할 곳조차 없나...
좀더 젊었을 땐,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라 했으나,
언제부턴가 난 자신을 '고립된 섬'이라 부르고 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난 목적없는 길은 가지 않는다.
갈 데가 없으면 차라리 그냥 집으로 가지...
해서 버스를 타고 가서 볼 일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덕분에, 길게 하는 정신적 방황에 비해,
나의 육신적 방황은 오늘도 짧게 마쳐졌다.
버스를 탔는데, 어쩌다보니, 맨 뒷자리에,
것도 지난 번처럼 한가운데 앉게 되었다.
그때와는 달리, 이번엔 양 끝에 총각들이~~ ^^
노소를 불문하고 아직 남성에게 부탁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얼마가지 않아서,
오른편에 앉아 있던 총각이 일어났다.
그래서 내가 그 끝자리로 가서 앉았다.
타는 사람들보다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버스가 헐빈하니 빈자리가 많이 생겼다.
왼편에 앉은 총각을 보니, 귀티나고 인물이 좋았다.
차림이며 들고 있는 가방이며... 대학생 같았다.
내가 폰을 건네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더니,
쑥스럽게 웃으면서 폰을 받아들고는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였다.
"제가 스마트폰은 처음이라 잘 사용을 못하는데요..." 라고.
요즘 세상에, 것두 청년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다니!
놀랄 일이란 그런 거 아닐까?
나<?>처럼, 가진 것 없어도 빈티나지 않는 것 같이,
그 청년도 겉모습으로 봐서는 없어서 그런 것 같진 않던데... ㅎㅎ
사진을 찍도록 해서 주며, 터치할 부분을 가르키며,
여기만 살짝 건드려주면 된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폰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어디 다른 데를 스쳐 화면이 이상해졌는지,
총각이 당황을 하며 건네주었다. 이상한데요? 하면서.
다시 바로 잡아 주면서, 별 거 아니니까 부담갖지 말라고,
해보면 금방 알게 된다고 했더니, 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사진을 찍는 건지,
스마트폰 사용 설명을 하고 배우는 건지...
그런데도 둘 다 웃기게 그만 두질 않고 열심히 찍고,
열심히 알려주고 있었다. ㅎㅎ
더 웃기는 건,
그 총각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꼭 이러는 거였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잘난 용모와는 달리, 눈빛이 순해 보여서 부탁했는데,
내가 나름 사람 보는 눈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나, 둘, 셋! 할 때마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혼났다.
귀여웠다. 내가 일찍 결혼을 했으면 그만한 아들이 있으려나?
아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아들같은 막내 동생이랄지?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면,
기다렸다가 총각이 사진을 찍었다.
하나, 둘, 셋!과 함께~ ㅋㅋ
그때마다 정말 수고롭게 해서 미안하고,
정말 고맙단 말을 건넸다.
그건 내 진심이었다.
"찍었는데 잘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하며 머릴 긁적이는 총각에게,
"생긴대로 나오겠죠. 그건 신경쓰지 마세요." 했더니,
쑥스러운듯 또 웃었다.
총각이 여러 정거장 먼저 내렸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꾸벅 인사를 하고 갔다.
총각이 내린 뒤에, 찍은 사진들을 보며 혼자 웃었다.
어둡게 찍힌 거... 흔들린 것들...
폰 사용법 알려준다고 아무데나 눌러서,
버스 안 여기저기 찍힌 것들...
잠깐 동안에도 이렇게 만남의 흔적이 남고,
그 만난 시간보다 여운이 오래 남는구나...싶었다.
웬지 그 반듯한 청년이 앞으로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몇 번이나 수고했다. 고맙다...고 했었지만,
한 번 더 크게 말해 주고 싶다.
"총각, 아줌마 사진 찍어주느라 수고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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