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길 바란 것도 아니지만,
수업 시작 반 시간전에 로뎀나무실에 도착해서,
요즘은 히터를 켜고, 다른 계절에는 창을 하나씩 다 위로 올리고,
함께 공부하는 테이블을 닦고, 커피물을 준비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나의 일상'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맞춰 하나 둘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아, 따뜻하다~~"며 훈훈한 공기에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즐거울 수가 없다.
마치 내 집에 온 손님들을 맞듯이 일어나 커피를 한 잔씩 건넨다.
따뜻하게 데워진 수강실 분위기와,
뜨거운 커피 한 잔에 다들 즐겁게 수업을 시작한다.
그것은 매주 한 번씩 가지는 나의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몸이 아프지 않은 한 그 즐거움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주에는 그 즐거움을 놓쳤었다.
염증과 고열이 더하여 신장을 통해 온 혈관으로 퍼지는 혈액이
자칫 패혈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며칠씩 그러고도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그 놀라운 사실을 알고서,
내 생명은 내 것이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던가를 생각하면,
내게서 감사...외에 무엇이 더 나올 수 있겠는가.
어제, 나의 그 매주의 일상의 즐거움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기쁨이었고 행복이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테이블을 닦는 내 모습이... 좋았다. ㅎㅎ
언니들<어쩌다보니, 선생님을 제외하고 내가 막내가 되었다.^^>과
선생님을 위해 간식도 준비해 가서 함께 맛있게 먹었다.
난, 첨부터도 YWCA에 놀러간다고 그랬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공부하는 걸 공부라고 하기엔 좀...
어제 찍은 이 사진들을 보고, 누가 '노는 분위기'라고 했다.
노는 분위기 맞다. 아줌마들이 커피 마시며 간식 먹으며
모여서 수다<영어, 한국어 섞어서...>를 떠는 거니까.
그치만 나름 공부도 적잖이 된다.
그렇게 했는데도, 듣기와 말하기가 제법 늘었으니까.
선생님이, 한 주의 피로를 여기와서 다 푼다고 할 때마다,
몇 살 더 먹은 언니됨의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ㅎㅎ
하지만 이제 그 즐거움도 잠시 접어야 한다.
두 주 뒤에는 두 달간의 방학<^^>이 시작되니까.
난 방학이 좋은데, 언니들은 계속 나와서 우리끼리라도 하잔다.
아줌마들의 열정과 열성은 막을 길이 없다.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고 하는 게 정말 좋은 모양이다.
해서, 추운 건 괜찮은데, 눈이 오면 나올 수 없다는 조건으로 응했다.
눈길에는... 내 두 발로는 영 자신이 없으므로.
거기가 어디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하다.
누군가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면 또한 행복하다.
언제든, 부르시면 갈 준비가 되어 있지만,
여기서 좀더 '행복' 을 누리라시면 감사히 누릴 것이다.
더우기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라면~~ 말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 난 늘 그 행복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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