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1810 6월 기집애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 2022. 6. 19. 네가 있어 너를 어찌 그립다고만 말할 수 있느냐 너는 햇빛 너는 향기 너는 물결 너는 초록 너는 새 움 너는 이슬 너는 꽃술 너는 바람 어떤 언어로도 너를 다 말할 순 없어. 너는 봄비 너는 볕살 너는 이삭 너는 첫눈 너는 붉음 너는 노랑 너는 연두 너는 보라 네가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네가 있어 세계 속에 이름 하나인 내가 있다. 2022. 6. 19. 아침 산에서 아침 산에 꽃이 피듯이 나무 위의 새가 지저귀듯이 동산의 해가 걸어가듯이 저마다 그렇게 살아간다. 꽃들은 고개 돌리지 않는다. 새들은 목소리를 바꾸지 않는다. 해는 옆을 보지 않는다. 2022. 6. 18. 기억의 자리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2022. 6. 15. 이전 1 ··· 75 76 77 78 79 80 81 ··· 4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