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겨울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파보장염으로 죽었다.
첫날은 엉엉 울고
보름 정도는 이따금 울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비싸게 주고 사서
매일 열심히 수고를 감내한 게 아까워
우는 것이냐? 라며
사이코패스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대답도 귀찮아 무시를 했다.
매일 밥을 주었고, 같이 잠을 자기도 했으며,
내가 퇴근하고 입구에만 들어서도
신이 나서 짖어주었기에
제대로 된 정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걸
어떻게 이해시키겠나?
여하튼 그 뒤론
동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헤어짐의 슬픔이 두려웠기 때문에..
하지만 어느새
한 마리의 고양이가 집안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다.
누군가 찾아오면
커텐 뒤로 숨어 버리기도 하고
테라스에 나가고 싶다고 이른 새벽 야옹하기도 하고
이른 아침 하늘의 새를 보다가
새소리에 놀라서 후다닥 들어오기도 하고
순백의 얼굴을 하고 약간 겁먹었지만
너무 예쁜 눈망울의 고양이
퇴근하면 늘 반겨주는 가족이 되었다.
아직 닥치지도 않을 헤어짐을 미리 걱정하면서
이렇게 따뜻한 사랑을 포기하며 살 이유는 없었던 거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현재의 사랑과 지금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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