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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나는 오늘

by IMmiji 2024. 2. 17.

 

나는 오늘 토마토 

앞으로 걸어도 나 

뒤로 걸어도 나 

꽉 차 있었다 

 

나는 오늘 나무 

햇빛이 내 위로 쏟아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 

 

나는 오늘 유리 

금이 간 채로 울었다 

거짓말처럼 눈물이 고였다 

진짜 같은 얼룩이 생겼다 

 

나는 오늘 구름 

시시각각 표정을 바꿀 수 있었다 

내 기분에 취해 떠다닐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종이 

무엇을 써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텅 빈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사각사각 

나를 쓰다듬어 줄 사람이 절실했다 

 

나는 오늘 일요일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오늘 그림자 

내가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잘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나는 오늘 공기 

네 옆을 맴돌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너를 살아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나는 오늘 토마토 

네 앞에서 온몸이 그만 붉게 물들고 말았다 

 

 

< 나는 오늘 / 오은 '마음의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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