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우체부가 지나가고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는 들녘에
사랑은 때로는 침묵하는 거라고
침묵하는 게 사랑이라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랑 앞에서
그래도 침묵하며 기다리는,
시월에는
침묵하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은
누군가의 편지가 되는 시월,
하늘은 이제 기러기의 길이 되고
나그네는 나그네의 길을 가는
아! 시월의 들녘에서
나는, 나의 이름을 봉인하고 싶다.
하얗게 소금꽃으로 피어나는
너의 맑은 이별이고 싶다.
< 시월에는 / 신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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