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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빗물같은 정을 주리라

by IMmiji 2014. 4. 19.

 

 

 

 

         빗물같은 정을 주리라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눈이
한줌 뿌리면
솜털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 봄인데
너도 빗물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 주렴.
너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정(無情)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없는 꽃이여.
 
 
詩  김 남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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