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가 돌아올 때, 집으로 오는 계단을 오르면,
맞은 편 집 마당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늘 거기서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백구를 보게 된다.
그런 백구가 안돼 보여서, 걔한테 손을 흔들어 주면서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곤 한다.
그럼 백구는 그런 나의 인사에 답이라로 하는듯이 일어나
꼬리를 살랑대며 흔들어 보인다.
내 기억에, 백구는 한 번도 나를 보고 짖은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 하얀 꼬리를 반갑다는 듯 흔들어 보일 뿐...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우리집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백구가 짖는다는 것을...
며칠 전에도, 사랑방 자매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백구가 짖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대문이 열렸던지 자매들이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집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자매들을 보고 백구가 막 짖어대니까,
자매 중 하나가, "저 녀석이 왜저리 짖는겨!"하길래,
걔가 우리집 초인종 역할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답을 했었다.
초인종 뿐아니라, 무인 경비 시스템 역할도 하고 있다.
낯선 사람<예를 들면, 택배 아저씨같은~>이 계단을 오르면
어김없이 큰소리를 내서 알린다.
누가 가고 있으니 대비를 하라거나 조심하라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짖어대는 녀석에게, 가까이 가서 한 번 쓰다듬어 준
적도 없고, 먹이 하나 준 일도 없는데,
나한테는 조용히 바라만 보고, 꼬리만 흔들어대니...
신기한 노릇이다.
개를 비롯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접근에 기겁을 하는
나지만, 그렇다고 동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어서,
멀리서나마 그렇게 바라보는 백구가 좋고,
나도모르게 정이 든 모양이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옆집 고양이들과는 여전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질겁을 하지만, 백구와는 나름 교감이 된 듯하다.
자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주는, 맞은 편 집 2층에 사는
아줌마에게 백구도 호감<?>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 ㅎㅎ
폰카로 아무리 줌을 당겨도, 백구의 모습을 제대로 담기가 쉽지
않아서, 결국 다른 곳에 있는 사진<건너편 집 백구와 가장
비슷한 녀석으로>을 가져와 올렸다.
그렇다고 그 집 대문을 두드려, 백구 사진 좀 찍자고 하기에는
나의 넉살이 바닥이고, 왜 찍는지 설명하기도 마땅찮고...해서
그냥 이렇게 대신 올리기로~~^^
(사진을 가져온 곳이 어딘지 출처를 알아두었어야 하는데...)
오전에도 백구가 짖는 소리에 나가보니, 앞집 통장 아줌마가
뭔 조사를 하러 오셨댔다.
여튼, 신통방통한 녀석이라니까~ ^^
이래서 사람들이 반려 동물로 개를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
어디 갔다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주고,
변함없는 애정을 보이며 충성을 다하니 말이다.
내가 키우는 개도 아닌데, 요새들어 부쩍 더 가깝게 느껴지고,
집에서 같이 사는 것처럼, 손을 흔들고 웃어주는 게...생활이 됐다.
녀석의 빛깔이 마음에 들고 제법 잘 생겨서... 그런가? ㅋㅋ
믿음직스러운 백구의 존재가, 초인종 그 이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래서 사람과 가장 친한 동물이 개라고 하나 보다.
친구가 될 수 있고 심지어 가족이 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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