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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발걸음 가볍게~~

by IMmiji 2014. 3. 11.

 

 

 

 

 

 

마흔 해 당뇨 인생 덕분에,

피가 가닿는 곳마다 탈이나지 않는 곳이 없는 듯하다.

내 몸의 취약한 부분부터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는 무서운 녀석...

손가락마다 연결 고리가 있어 그것이 일정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자꾸만 좁아져서 손가락을 오므렸다 펼 때마다 걸리고,

걸리면 아프고, 시간이 지나면서,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뻐근하고 결린다.

 

십 오년전에, 그 증상으로 인해,

양쪽 엄지손가락과 손바닥이 이어지는 부분을 절개하고,

그 연결 고리를 끊는 수술을 받았었는데,

국부마취를 했다고는 하는데,

과연 했나 의심이 갈 정도로 식은땀 나고 엄청 아팠었다.

그땐 뭐가 뭔지도 모르고 의사가 양손을 다 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가... 하여 받았었는데,

한 달 넘게 손을 쓰지 못하고 고생했었다.

 

하필 엄지 손가락 부분이라, 구부리기가 더 힘들었고,

수술 부위가 아무는 데도 시간이 한참 더 걸렸었다.

뭘 해먹는 것도, 씻는 것도, 옷 입는 것도... 쉬운 게 없었다.

손가락을 못 쓰는 것도 그렇게 불편한데, 팔이 없는 이들은... ㅜㅜ

아니, 마비가 되어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은...ㅠㅠ

 

그때 일을 생각하니, 다시, 것도 양손을, 

수술을 하고자는 결심이 쉽게 서지 않았다.

치료하던 의사는 쉽게 수술 하라...고 말을 했지만,

그 일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인 나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교회 집사님 가운데 외과의가 계신데,

가급적이면 손에는 메스를 대지 말라고...

조용히 내게 귀띔하셨었다.

 

게다가 그 수술 후에,

일주일 정도 복용하는 항생제가 엄청 몸을 붓게 했었다.

그만큼 신장에 부담이 된다는 증거일 것이다.

해서, 지난 십 여년간, 병원을 다니면서,

손바닥에 주사<진짜 아픔...ㅜㅜ>를 수도없이 맞으며,

수술을 하지 않으려고 참아왔었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못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더는 주사를 놔줄 수가 없다고, 

주사 맞는 부위의 살갗이 죽는다고, 

다니던 병원의 의사가 주사 주기를 거부 한 거였다...

 

해오던 대로 했으면,

그동안 두어 번은 더 가서 주사를 맞았을텐데,

수술을 피하다보니,

가지도 못하고 정말 미련하게 참아왔었다.

투석을 할 때는, 투석을 한다고 수술을 할 수 없었고,

이식을 받고나서는, 이식을 받아 겨우 새로운 신장이

내 몸에 적응하려고 하는데, 면역 억제제도 모자라

강한 항생제까지 들이부으면 애가 너무 힘들까봐서,

또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이번에 생각지 않았던 그 병원, 가정의학과에

가게 됨으로써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 거였다.

 

것도 손 때문이 아니라,

피부과 진료도 본다고 해서 갔다가,

그건 간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연고 하나 바르고 다 나았는데,

손목 통증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양손가락 통증 치료로 이어지게 되었다.

의사의 진단에 의하면, 기~~인 당뇨 생활에,

근육이 약해지다 못해 말라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손바닥에 임시 방편적인

주사<마취 성분이 강함>만 놔서 그렇다고...

그래봤자 치료는 커녕 증상만 더 악화될 뿐이라고 말이다.

 

하여, 주사 맞는 기간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짧아지고,

손 뿐아니라 팔과 어깨까지 아프니...

어지간한 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 가든지... 그건 상관이 없지만,

여기저기 망가져서 스스로가 감당이 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이래야 늘 엄마가 돌보셨지만,

이젠 그 엄마도 연세 드시고 당신 몸도 힘겨우신터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까지 힘들게 하는 일은

제발 없게 해주십사...는 것이,

내 몸뚱아리에 대한 유일한 기도가 된지 오래이다.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자신으로서는, 현대 의학으로서는,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말을 들은지도 오래 되었다.

의사가, 환자한테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지 싶다. 

그런 말을 들으면, 공연히 의사한테 못할 짓을 시킨 것 같아

내가 더 미안해지고, 그래서 다시는 그 병원엘 가지 못했다.

그랬던 내게, 그 가정의학과 여의사는,

이 방법 뿐이라면서도, 해보자고 했고,

그 소리가 나로서는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봄볕 좋고 봄바람 좋아서,

오늘은 집에서 병원까지 산책 겸 걸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대서,

화, 금요일로 정했다. 웬만하면 그 두 요일에 가기로~~

직선 상이라 말이 세 정거장이지,

조금 먼 두 정거장과 다를 바 없는터라 걸어갔다.

발걸음도 가볍게, 기분도 가픈하게 걸었는데,

간호사가 치료실에 있는 침대에 누우라고 했을 때,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듯이 두근거렸다.

우스갯 소리로, 첫 경험<?>도 아닌데 말이다. ㅋㅋ 

혈압 보다 심장박동이 빨라서,

계단을 오르거나 걸음을 빨리 하면... 야단이다.

     <이 방법뿐이지만 해보자!>는 소리를 오늘 첨으로, 

     그 침대에 누워 팔뚝에 주사를 몇 군데씩 맞으면서 들었다. 

     치료 방법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나는 더없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워낙 오래 되어서... 치료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 방법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으니까...

     한 번 해봅시다.>라고 말이다.

 

     그 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그리 적은 것 같지도 않은데,

     간호사도 의사도,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아온 것처럼,

     문을 열고 들어서며 내가 인사를 건네면,  

     내가 치료받은 부위에 대해 어떠냐고 인사를 대신한다.

     피부는 어떠세요? 손목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하는 식으로~~

     첨엔 그것이 신기하고 놀라웠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의원<물론 의사와 간호사를 말함>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고, 호의를 갖게 된 까닭이기도 하다. 

     붕어빵을 사가려고 했던 그때와는 달리,

     날이 더없이 포근하여,

     붕어빵 대신에 몸에 좋은 비피더스를 갖고 갔더니,

     "이런 건 안 사오셔도 되는데..."하며

     간호사가 넉넉한 웃음으로 받아들었다.

손은 가급적 쓰지 않도록 하라는데,

그러면서 근육을 키우게 운동을 하라고...

손과 팔을 되도록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란 게

뭘까?를 생각하며 집에 돌아왔다. 

나도모르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ㅎㅎ

손이 아프다고, 십 수년을 손바닥에 그 아픈 주사를 맞아왔는데,

여기서는 첨부터도 팔뚝을 살폈고, 

주사도 손바닥이 아닌 팔뚝에 놔주었는데,

통증은 손바닥에 비해 십분지 일도 안되는 것 같다.

그렇게 맞고나면, 거짓말처럼 손이,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움직일 때 걸리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다.

그게 다 근육이 약해지고 말라서...라니 참.

 

7~80 노인이 되어서야 생긴다는 증상을,

마흔이 되기도 전부터 겪고 있으니,

쉰이 되고 예순이 될 때면 어떨지...

난 내가 쉰이 되도록 살아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내일 모레면 그 쉰이 된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이, 아니 상상이되지 않는다.

하긴, 티비에서, 외국에서 시집 온 며느리가,

몇 년만에 고국, 고향에 갔는데,

아이까지 데리고 간 그 며느리의 친정 엄마가 나랑 동갑인

것을 알고 기함할 뻔했다...는 점~~

 

화면에 나오는 이들의 이름과 함께 ( ) 안에,

그 사람의 나이가 적혀 있고, 그 나이를 볼 때면,

그제서야 난 내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화면 속의 그 사람<이 특히 여성인 경우>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나도 저 사람처럼 나이들어 보일까...를 생각하게 되는 거다.

하긴 일찍 결혼한 내 친구 중 한, 둘은,

자식들이 벌써 대학생이고,

조만간 시집간다...는 소리도 들릴 성싶다.

나는 나를 보고 느끼면서...가 아니라,

주변을 보고, 남들을 보면서, 내 나이를 의식하게 되고,

내가 정말 늙었구나...를 절감하게 된다.

 

오늘처럼, 따뜻한 봄햇살 가득 받으면서,

두꺼운 겨울 외투 대신 얇은 패딩<것두 밝은 카키빛으로~>을 걸치고,

안에 기모를 댄 겨울 진이 아닌 홑으로 된 데님을

올들어 첨으로 꺼내 입고 발걸음 가볍게 걸을 때의 나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청춘<^^>인데 말이다.

<이래서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지~' 하는

그런 노래가 유행하는 모양이다. ㅋㅋ>

아, 그런데, 아줌마도 싫은데, 할머니...라니!!!

그 아줌마가 외국 사람이라 그런가,

아님, 일찍 결혼해 출산을 많이 해서 그런가?

 

어쨌든, 이 봄만큼은, 마음처럼 몸도 가볍게,

청춘처럼 살고프다~~ ^^

늘 조절하려 애쓰는 식단이지만 더 신경을 쓰고,

가벼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젊었을 때 방치해 두었던 피부에 양보해서

바르는 것에도 투자<?>를 좀 하면서~~ 말이다. ㅎㅎ

우리나라에서는, 젊었을 때는 엄청 신경을 쓰다가,

나이들면 귀찮다고 자신을 꾸미지 않는 반면에,

외국 여성들은, 젊었을 때는, 꾸미지 않다가,

나이 들수록 화장도 곱게 하고, 옷도 더 잘 차려입는다는데...

그럼 나의 마인드는 해외적<^^>인 건가? ㅋㅋ

 

아무튼, 오늘은 병원 치료를 시작으로 나름 단시간 내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무사귀환을 했다는~~

봄기운을 실컷 받아서, 기분좋게 치료받고, 가픈하게 다니고...

언제쯤이면 말라가고 굳어가는 나의 근육이 이완이 되어서,

주사를 맞지 않아도 아프지 않고,

손과 팔을 부드럽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치료해 준다고, 오라고 할 때까지는 즐겁게 다닐 거다.

치료할 수 있는 병, 병명이 있는 병을 앓는 건...

그래도 다행이다. 그야말로 감사할 일이 아니고 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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