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정수장에 물을 뜨러 나섰다가,
햇살 따사롭고, 바람 부드럽고, 딱 들뜨기 좋은 날씨라~~
물도 뜰겸 콧바람도 쐴겸 겸사겸사해서,
정수장을 조금 지나간 곳에 있는 서원으로 차를 돌렸다는~~^^
오래전에, 시티투어에서 하는 스탬프 찍기 코스에 참여했다가,
50군데 중 하나인 그 서원에 첨으로 갔더랬다.
지난 가을에, 블친이랑 그 동네로 갔었긴 하지만,
서원을 지나쳐서 내렸고, 거기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서원에는 들리지 못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는 사이에 서원 옆에 있던
관광 안내소는 면모를 달리하여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전보다 더 세련된 건물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내부를 갖췄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장수였던 이가 우리나라와 백성들의
인과 예를 갖춘 평화스러운 모습에 전쟁을 포기하고,
김충선이란 우리나라 이름으로 바꾸고 귀화를 한 것을 기념하여
그렇게 서원을 짓고 그의 덕을 기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딴 은행나무도 동네 어귀에 위풍당당히 서 있었고,
그의 후손들이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고,
매해 일본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그를 추모하러 온다고 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고, 오래전이긴 하지만 한 번 들렀던 곳이라,
어제는 내 눈에 들어온 몇몇 전시품만을 폰카에 담았다.
맨 위의 사진 두 장은,
서원 가는 길에 있는 저수지와 그 옆에 있는 통나무 마을이다.
마치 외국의 어느 마을처럼 이국적인 풍경이어서,
한 번 저수지 가까이 가서 그 모습을 담아봤다.
저수지 맞은 편에, 통나무로 근사하게 지어진 교회가 있어,
사실은 그 교회를 보고자 내렸었는데,
아... 그 교회 옆에, 같은 통나무 건물로 지어져서,
나란히 사이좋게<?> 서 있는 사찰을 보고서는...
폰카에 담고픈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사찰의 요란한 플래카드와 겹겹이 쳐져있는 줄들로인해,
마치 교회도 그 사찰의 부속건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서원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이 쪽 동네와 저 쪽 동네를 이어주는 짧은 다리가 있고,
그 다리를 건너면 지난 가을에
친구과 함께 걸었던 호젓한 길이 오르막으로 뻗어 있다.
난 꼭 한 번 그 길을 다시 가보고 싶었다.
그 다리에서 맨 꼭대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해 보고 싶었고, 가다가 멈춘 그 길 윗편에 있다던,
멋진 풍경의 억새풀밭도 내 눈으로 꼭 보고 싶었다.
얼마나 멋지길래, 거기까지 올라가지 못한다고,
나를 그리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을까... 내내 궁금했었다.
족히 3~4km는 되는 길이었고,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올라갈수록 더 오르막이 심했다.
거기서 멈추고 돌아서 오기를 백 번 잘했다 싶었다.
계절이 겨울이라, 것두 겨울 끝자락이라 억새풀밭은 없었다.
반대 편으로 가서, 이정표에 있던 제법 알려진 장소로 가봤으나,
거기도 그리 볼만한 눈요깃거리는 없았다.
돌아나오는 길에 잠시 차를 세워 폰카를 들이댄 곳이
바로 이 소나무 숲이었다.
키가 큰 소나무들 사이로 기우는 금빛 겨울 햇살이,
그나마 내 시선을 끌었다.
그 모습이라도 담아야 거기까지 간 게 덜 허전할 듯했다.
산이라 해가 빨리 넘어가는 탓에 조금 아쉬웠지만,
해가 많이 남았다한들 뭘 그리 더 보고 담았을까 싶다.
잠시 봄바람 따라서 나서본 길이었고,
코에 바람은 그로써 충분히 넣었으니 그럼 된 거지...
누군가에게 이끌려서,
별로 내키지도 않는데 억지로 그 사람한테 맞추느라
무리하게 움직이고, 피곤할 줄 알면서 참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이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자신을 알아서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해,
마치 몸이나 사리고 굼떠서 따라주지 않은 것처럼 몰아세우고,
싫은 소리를 한 것이... 내내 마음이 상했었는데,
내 생각이 옳았고 내 결정이 잘한 것임을 직접 확인하고나니,
묵은 체증이라도 내려간 것처럼 후련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어제 난,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길을 나선 건지도 모른다.
따스한 봄바람을 구실 삼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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