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최고 기온이 25도라는 예보를 들었지만,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서늘했다.
하여 겉옷을 더 챙겨입고 갔는데, 시간이 점차 지나가고 포항이 가까워지면서
이내 더워질 것이 피부로, 온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일이라고 해도, 달랑 승객 몇 명을 태우고 달리는 고속버스를 보니,
이래서 버스 회사가 유지가 되나 싶은 게 별걱정이 다 들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몇 컷 찍어봤으나, 속도 때문에 사진들이 별루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집에 뒹구는 이어폰을 갖고 가서 가는 내내 음악을 들었다.
시내든 시외든 차를 타고 가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좋았다... 마음도 더 편하고,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되고...
포항에 들어서면서, 차가 속도를 늦추길래 밖을 내다보니 마침 교회가 보여서
차창 안에서 한 번 찍어봤다. 놀랍게도 저런 큰 교회들이 죽 이어져 있었다.
포항에 큰 교회들이 많다고 동생이 언젠가 그러더니 그게 사실인 듯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운하 근처에는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다고 해서,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대형마트로 가서, 오랫만에 토마토 쉬림프 파스타<^^>를
주문해서 한 접시씩 먹었다. 샐러드도 맛있었고, 파스타도 괜찮았다.
거기서 택시를 타고, 포항 운하로 달렸다.
어디론가 달리는 택시 안에서 동생은, 열린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으로
인생을 너무도 정력적으로 살아가시는 88세 할아버지의 얘기를 해주었다. ^^
웃기는 이야기에, 어디로 해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실려갔다는~~
운하 건너편에서 내려, 길게 오르막으로 뻗어있는 다리를 건너서,
운하 매표소로 가서 표를 사고, 내려오자마자 이름도 거창하게 크루즈 배가
들어오니 빨리 오라는 외침소리를 들었다.
동생은 다 덮인 큰 배보다 개방되어 있는 작은 배가 더 좋다고,
그게 타고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었다.
하지만 그럴 운이었는지,
마침 배를 타려던 중장년층 단체 승객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큰 배에 다 태우고, 우리 앞에서 줄을 끊었다.
작은 배가 B코스로 운하 전체를 다 둘러보는 거였다나?
잘 됐다며 우린 기뻐했고~~^^
늘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던 게 전부이다시피 했던 나는,
가까이서... 정도가 아니라, 구명조끼까지 입고, 그 바다 위를 달린다는 것이
꿈을 꾸는 듯 기분이 묘했다. 넘실대는 파도 위를 한참 흔들리며 달렸더니,
나중에 내린 뒤에는 어질어질하니 중심잡기가 힘들었다.
선장님의 익숙한 운하 설명과 함께, 첨부터 내릴 때까지 들려오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의 너무도 감미로운 목소리와
익숙한 노래들이 기분을 더 한층 고조시켰었다.
스패니쉬 노래가 그렇게 배타기와 잘 어울리는 줄 미처 몰랐다는~~
바다 한가운데서, 선장님이 잠시 배를 멈추고는, ㅇㅇㄹ 과자 사오신
분 없냐고, 갈매기들이 몰려드니까 과자를 주라고 하시자, 어느 노부부께서
검은 봉지속에서 그 ㅇㅇㅇ과자를 꺼내셨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주자 순식간에 갈매기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갈매기가 개도 아니고 냄새를 맡고 그렇게 몰려드는 건지 참...
주면 손에 있는 과자를 물어간다며, 들고 있어보라고 선장님이 권하시자,
몇몇 사람이 그렇게 했고, 갈매기들이 그걸 물어 가려고 더 가까이 오는 바람에
동생과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즐겁지 않냐는 선장님의 말에,
"이제 그만 가...요, 선~장~니~임~~"이라고 사정을 했다는 뒷얘기가... ㅎㅎ
우리가 탈 배를 기다리는 사이에, 승객들을 안내하시던 분이,
기꺼이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설 자리까지 지정해 주시면서
과한 친절을 베푸시길래, 얼떨결에 포즈를 취하고 서게 되었다.
여러 장 찍어주셨는데, 동생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얼굴 알려지는 걸 싫어해서
이것만 올리기로... 지난 번에도, 모자이크나 스티커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걔한테 야단을 맞았다. 이번에도 이렇게 스티커 처리하지 않고 올린 걸 알면~ ^^
이번엔 아예 동생한테 폰을 맡겼다.
저는 제부랑 조카하고 와서 사진 여러 번 찍었다며 소위 "찍사'를 자청했다.
흔들리는 배에서 담은 사진들은 모두 동생이 찍었다.
하긴 내가 담은 동생의 몇몇 모습외에는 모두 다 동생이 찍은 것이고,
우리 둘이 찍은 건, 그 안내하시는 분이 찍은 것과, 셀카였다.
갈매기들이 한참 몰려들었기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 중에 두 개만 올리기로~~ ㅋㅋ
해양 경찰 배는 어딜 가나 다 같은 모습이라고 선장님이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해양 경찰함 아래에 있는 초계함은, 연평도에서 침몰한 천안함과
똑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무료로 전시되고 있고 교육장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지나가는 장소마다, 배마다 선장님이 다 설명을 해주셨는데,
음악소리와 흔들리는 배와 특히, 부족한 기억력에 대부분 소멸된 상태임을 고백한다.
운하가 개방되고부터 바닷물이 상당히 깨끗해져서 빛깔도 좋아졌고
불쾌한 냄새도 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어쩐지 바다에서도 운하에서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었다.
바다에 가면 흔히 맡게 되는 그 비릿한 바닷물 냄새조차도 나지 않은 듯하다.
이 분이 배를 운전하신 선장님~~ ^^
바로 코 앞에서 몇 컷을 담았으니 자신을 찍었다는 걸 아실 거다.
말씀 속에서 바다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란 게 느껴졌다.
폭 20m 정도에 길이가 6.6km라고 하는 운하 양편에,
곳곳에서 전시되었던 무지 비~~싼 조각<조형>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 운하를 건설하는데 자그마치 1600억이란 돈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설치물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듯싶다.
놓친 것들이 많아서 좀 아쉽지만, 뭐 할 수 없지~~
물론 설치물에 대한 것도 선장님이 설명해 주신 이야기다.
어디에서 800억이란 돈을 들였는데, 그냥 투자한 게 아니고,
운하 옆 곳곳에 있는 공터마다 아파트나 건물을 짓기로 하고 그랬다나.
미리 투자하고 나중에 이윤을 얻겠다는 계산된 취지라고~~
조만간 들어설 노천카페나 이용시설...들도 다 예약되어 있다고 한다.
점심 먹고, 운하로 오르는 길을 잠시 걸었을 뿐인데,
열량이 부족했던지 저혈당이 왔다. 좀 심하게...
언어 구사력이 떨어지고, 그 앞서 생각을 모을 수가 없었다.
북부 해수욕장에 택시를 내려, 건너편에 있는 커피 가게로 가서,
커피와 간식거리<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는..>를 들고와서 앉았다.
결국 동생이 번을 먹고, 내 앞에 놓인 건 거의 다 남겼다, 아깝게~~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바다가 한 눈에 넓게 들어왔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맛은... 그냥 커피맛이었다는~~ ㅋ
폰을 자동 조절로 해놨었는데, 여기서 찍힌 내 모습은 다 어두워서 지웠다.
대신 싫다고 피하는 동생 모습을 연달아 찍어댔다. ㅋㅋ
민낯에, 옷도 늘 보이쉬하게만 입고 다니는 동생이...
웬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듯해서 세월이 흐르지 않은 것만 같았다.
커피 가게 건너편에 영일대라고 불리는 전국 최초의 이 해상 누각이 있다.
대관절 이 누각을 짓는데 어째서 36억이란 돈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돈이 그만큼 들어갔다는 건 십수년 째 포항시민으로 살고 있는 동생의 말이다.
누각까지의 다리 길이가 80m쯤 된단다.
감각있는 동생 덕분에 내 몸이 제법 긴 등분으로 찍혔다. ㅎㅎ
스스로 자신의 사진 솜씨에 감탄하면서 다들 사진발에 속는다며 웃었다.
누각에 올라가 잠시 앉아서 바닷바람을 들이마셨다.
염분 바람을 많이 들이마신 탓인지, 집에 와서 물을 많이 마셨다. ^^
누각 바로 아래는 당연히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해상 누각이니만큼~
내가 결혼한 다음 해에 동생은 결혼을 했다.
가고 싶었던 학과는 따로 있었으나 아버지의 강권에 못이겨 법학을 전공했고,
그에 관련된 시험 준비를 하다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다.
서로 결혼한 뒤에는, 어쩌다 만나도 늘 가족들과 다 함께 만났을 뿐이지,
우리 둘이서~~만 만난 건 결혼 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유하지는 않으나,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시는 동생네 시부모님은,
동생이 일하는 걸 바라지 않으셨고, 그저 하나뿐인 손녀만 잘 키우기를 바라셨다.
그래서 동생도 직장 생활은 해보질 않았었는데, 이번에 우연찮게 포항 시청과
연계된 일을 하게 되었다. 쉬는 날이 어제라, 지난 주부터 만나자~ 약속했었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마음이 많이 복잡하고 힘들어서 다음으로 미룰까도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금방 좋아질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일단 나서봤다.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쉬는 날인데도, 언니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힘과 물질을 거하게 쓴 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니, 집으로 돌아오면서 전했다.
잠시나마 꿈을 꾸듯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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