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나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했다.
순수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잃은 듯했다.
그가 누구인지 조금 궁금해하다 지나쳤다.
그 또한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다 지나쳤다.
서로 그냥 조금 마음에 떠오르는대로 불러보다가 지나갔다.
그가, 혹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체물들이 많이 생긴 탓이겠지 생각했다.
사랑은 점점 그리움이 되어갔다.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것을 그리워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사랑을 오래 그리워하다보니
세상 일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성과 소멸이 따로따로가 아님을.
아름다운 것과 추함이 같은 자리에 있음을.
해와 달이. 바깥과 안이.
산과 바다가. 행복과 불행이.
[ 아름다운 그늘 - 신경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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