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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차 한 잔 나누며...( 1 )

by IMmiji 2013. 11. 16.

 

 

이따금 나는 내 삶이

필림이 들어 있지 않는

카메라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 결락감이 무엇인지를

당신에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

강해졌다고 믿었던 것은 다만 희망이었다고

참담하게 나는 입 속으로 중얼거렸었다.

단지 자신을 똑바로 마주 오는 것을 집요하게 피해온 덕분에

흐트러짐 없이 그것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 뿐이다.

.

.

인영은 사람들이 먼저 전화해주면 반가워 하기는 했지만

결코 먼저 연락하는 법은 없었다.

그녀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섬에서

혼자서 살아가는 가난한 주민과 같았다.

그녀의 에너지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거나 약간 못한 보답을 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될만큼 빈약했다.

더구나 그런 식으로 형성된 인간 관계조차,

조금만 더 나아가려고 하면

완고한 성벽같은 그녀의 경계선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그녀에게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성벽 바깥에서 물러서곤 하였다.

 

 

[ 검은 사슴 / 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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