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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가을이 가는 만큼

by IMmiji 2013. 10. 11.

 

 

나무는 가릴 것 없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였던

지난 여름에 불끈거리는 푸름이 좋았지만

보낼 만한 때 하나 둘 보내고

아무 것으로 가리거나 꾸미지 않아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저 나목이 부럽기만 하다.

 

나는 한때

지식이 있는 사람과 만나면

모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워 숨으려 했고

많이 가진 사람을 만나면

부자이지 못한 것이 초라해졌다.

 

몰랐던 것도

가난 했던 것도

내 잘못이 아니었으며

죄가 아니었는데

아는 척도 했으며 가진 척도 했던 것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위선이었던가.

 

내 삶에 많은 날은

아직도 내가 모르는 안개 너머에 있고

그 일이 너무 막막하여

나는 차라리 내일을 알지 않는 사람이고자 한다.

 

( 가을이 가는 만큼 - 황라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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