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가릴 것 없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였던
지난 여름에 불끈거리는 푸름이 좋았지만
보낼 만한 때 하나 둘 보내고
아무 것으로 가리거나 꾸미지 않아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저 나목이 부럽기만 하다.
나는 한때
지식이 있는 사람과 만나면
모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워 숨으려 했고
많이 가진 사람을 만나면
부자이지 못한 것이 초라해졌다.
몰랐던 것도
가난 했던 것도
내 잘못이 아니었으며
죄가 아니었는데
아는 척도 했으며 가진 척도 했던 것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위선이었던가.
내 삶에 많은 날은
아직도 내가 모르는 안개 너머에 있고
그 일이 너무 막막하여
나는 차라리 내일을 알지 않는 사람이고자 한다.
( 가을이 가는 만큼 - 황라현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사랑 (0) | 2013.10.15 |
---|---|
고 별 (0) | 2013.10.14 |
꽃진 자리 휑하다 (0) | 2013.10.10 |
[스크랩] 쉽게 살 일이다 (0) | 2013.10.10 |
끝없이 마음을 다하는 것 (0) | 2013.10.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