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중학교 1학년 첫 날, 첫 종례 시간 때 일이다.
우리반 담임 선생님께서 당신의 이름 석 자를 한자로
칠판에 쓰기고 난 뒤, 따라 읽으라고 하셨다.
내가 대학의 교단에 선지도 금년으로 만 30년이 되는데,
신학년도 학생들의 강의실에 들어서면 으례 나도 내 이름
석 자를 한문으로 칠판에 쓰고 난 뒤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날 첫 종례 시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칠판에
"인생아, 네 자신을 알라" 라고 글을 쓰신 뒤,
이 말을 남긴 희랍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생애와
최후에 독배를 마시면서까지, 자신을 지킨 이야기를 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년으로 선생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을 경청했고, 그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나도 소크라테스와 같은 위대한 삶을 평생 살아가리라
마음 속으로 다짐했었던 그 때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네 자신을 알되 세 가지를 늘 명심하라고
덧붙였었다.
첫 째, 무지함을 알아야 한다.
인생이 안다는 지식은 너무나 적고 안다는 그 지식도 깊이가 없고
불확실하다.
인생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이 천지만물은 어떻게 창조되었으며,
앞으로 세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을 인간들은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늘 깨닫고 알아야 한다는 점을 말씀했다.
둘째, 무력함을 알아야 한다.
지금도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사람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황소같이 힘이 셀 수 있겠느냐,
말같이 달릴 수 있고, 맹수같이 강할 수 있겠느냐...
사람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힘으로 살려고 해서는 안된다.
지혜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끝으로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아는 것도 없고,
힘도 없으면서 있는 것으로 믿고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했다.
선생님은 기독교인이었다.
아마도 내가 1950년 6.25 사변을 겪으며
예수님을 내 구주로 영접하는데 선생님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된다.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풀이해 주신 '네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의 내용과 의미는 지금도 내 마음의 중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성경을 읽으면서 늘 선생님의 세 가지 알아야 할 점들을
되새기곤 한다.
즉, 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 되고,
내게 힘 주시는 그리스도 안에서만 내가 강하고 담대해지고,
주 안에서 겸손해야만 지혜롭게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네 자신을 알라 - 어윤배/숭실대 교수
<1997년 Guideposts 1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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