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제목'하기 나름이다.
독자들에게 외면받던 책들이 제목을 바꾸어 달고 빛을 보기도 한다.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킨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래 제목은
<You Excellent:칭찬의 힘>이었다.
하지만 모호한 제목으로 2만 부라는 저조한<?> 판매고를 달성했다.
하지만 제목을 바꾸고서는 20만 부 넘게 팔렸다.
내게는 책 제목에 얽힌 배꼽 잡는 이야기가 있다.
몇 년 전 절친한 선배 부부 집에 방문했다.
며칠 전 부부 싸움을 대판 했다면서도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사연은 이렇다.
원인 모를 일로 다투고는 형님이 먼저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 둘러보는 취미를 가진 형님은 수많은 책을 보며 마음을
진정했다.
그때 형님은 한 권의 책에 그야말로 꽂히고 말았다.
선배 부부는 기독교 도서를 많이 읽는 편이었는데, 그날 형님이 발견한 책은 바로
<아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였다.
'그래 이 책이야!' 지금 이 시간, 아내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 형님은
바로 주문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도착하기만을 고대했다.
며칠 후 책이 배송되었다.
아내에게 화해하자며 내밀면서도 속으로는 '당신이 먼저 변해야 하는 것 알지?'
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책을 받아든 형수가 한 마디 했다.
"이건 당신한테 필요한 책 같은데?"
어물어물 책을 받아든 형님은 순간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책 제목이 <아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가 아니라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였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나눈 두 사람은 폭소 만발, 앙금은 한 권의 책으로 스르르 풀렸다.
선배 부부는 책을 한 장씩 돌아가면서 읽고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나중에는 후배들의 부부 싸움을 풀어 주는 사례로까지 발전했다.
그날 후배들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책을 읽지 않아도, 그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아주 정확하게
배웠다.
이렇듯 책에는 냉랭함마저 깨뜨리는 힘이 있다.
책 제목과 얽힌 일이 어디 이 작은 일뿐이겠는가.
인류가 살아온 모든 시간 동안 책은 제목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변화의 물꼬를
터 주는 그 무엇이었다.
장동석 <문학 평론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나이보다 생각으로 살자 (0) | 2011.11.18 |
---|---|
[스크랩] 나를 바꾸는 마흔개의 보석 (0) | 2011.05.25 |
우물과 마음의 깊이 (0) | 2010.10.30 |
자연 눈물 (0) | 2010.10.08 |
[스크랩] 이런 사랑.... (0) | 2010.10.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