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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아내 안에 혹은 아, 내 안에

by IMmiji 2010. 12. 28.

책은 '제목'하기 나름이다.

독자들에게 외면받던 책들이 제목을 바꾸어 달고 빛을 보기도 한다.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킨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래 제목은

<You Excellent:칭찬의 힘>이었다.

하지만 모호한 제목으로 2만 부라는 저조한<?> 판매고를 달성했다.

하지만 제목을 바꾸고서는 20만 부 넘게 팔렸다.

 

내게는 책 제목에 얽힌 배꼽 잡는 이야기가 있다.

몇 년 전 절친한 선배 부부 집에 방문했다.

며칠 전 부부 싸움을 대판 했다면서도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사연은 이렇다.

원인 모를 일로 다투고는 형님이 먼저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 둘러보는 취미를 가진 형님은 수많은 책을 보며 마음을

진정했다.

그때 형님은 한 권의 책에 그야말로 꽂히고 말았다.

 

선배 부부는 기독교 도서를 많이 읽는 편이었는데, 그날 형님이 발견한 책은 바로

<아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였다.

'그래 이 책이야!' 지금 이 시간, 아내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 형님은

바로 주문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도착하기만을 고대했다.

 

며칠 후 책이 배송되었다.

아내에게 화해하자며 내밀면서도 속으로는 '당신이 먼저 변해야 하는 것 알지?'

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책을 받아든 형수가 한 마디 했다.

"이건 당신한테 필요한 책 같은데?"

 

어물어물 책을 받아든 형님은 순간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책 제목이 <아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가 아니라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였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나눈 두 사람은 폭소 만발, 앙금은 한 권의 책으로 스르르 풀렸다.

선배 부부는 책을 한 장씩 돌아가면서 읽고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나중에는 후배들의 부부 싸움을 풀어 주는 사례로까지 발전했다.

 

그날 후배들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책을 읽지 않아도, 그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아주 정확하게

배웠다.

이렇듯 책에는 냉랭함마저 깨뜨리는 힘이 있다.

책 제목과 얽힌 일이 어디 이 작은 일뿐이겠는가.

인류가 살아온 모든 시간 동안 책은 제목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변화의 물꼬를

터 주는 그 무엇이었다.

 

 

 

                                                                   장동석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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