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하면서 철이 든 두 번째 이야기 ***
멀리 떨어져 살다가
큰애가 4학년 되었을 때
드디어 저와 함께 살게 되던 날
제 책을 보여주려고 서점에 갔습니다.
아빠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큰애가
한쪽에 있는 제 책 (내몸을 비워야 내가 산다)를 발견하고
그 책을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두면서
활짝 웃네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얼마 전
지금은 고2 야구선수 큰애에게 물었어요.
초등학교 때 제일 행복했던 기억은 뭐지?
제가 손잡고 초등학교 입학식 갔을 때라고 하네요.
입학식 이후
일 년에 두어 번 정도 밖에는 보질 못했으니
아빠가 참 그리웠나봅니다.
남자가 망하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납니다.
돈 없고 가족마저 멀리 가고 나면
마음속엔 괴로움 반+ 그리움 반이 남습니다.
나머지는 없어요.
그러면서 점점 사람이 되어갑니다.
작은 일엔 무덤덤해지고 너그러워집니다.
누가 내 면전에 화를 내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그래서 이런 경험이나 감정은 참으로 귀한 것 같아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마음이 넓어져야 함이 바탕인데
순간적으로 마음이 넓어집니다.
마치 허공에서 큰 빛 하나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기분 같아요.
마음이 좁으면
그게 바로 암에 쉽게 걸리는 체질입니다.
작은 일에도 자꾸 화가 나고
작은 문제점이 크게 보여서 본인이 더 아프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번 망하고 너그러운 마음이 생겼으니
최소한 암에 안걸리는 체질이 된 것이에요.
자, 친구 여러분 중에서
너무 힘든 고비를 넘긴 분 있으실까요?
그 분은 암에 잘 안 걸리는 체질이 완성된 것이니...
올 한해는 신이 나게 크게 호탕하게
웃는 한 해 보내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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